문제 설정
대부분의 금융당국(FSA)은 경쟁정책에 대한 공식 권한이 없습니다. 안정성·시장건전성·소비자보호를 중심으로 한 핵심 임무는 대체로 법제화돼 있지만, 경쟁은 좀처럼 그 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는 "경쟁이 과도하면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오래된 국제적 합의를 반영하는데, 문제는 그 결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엄격한 인가제도·자본요건·인프라 접근제한이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굳히고 진입장벽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한편 경쟁당국은 있어도 대체로 섹터에 무관하게 설계돼 있어 금융시장 특유의 역학을 잘 모릅니다. 그 결과 경쟁 문제는 규제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거나, 규제기관 사이의 제도적 공백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 Focus Note는 브라질·캄보디아·인도·케냐·멕시코·파키스탄·남아프리카공화국·영국 8개국의 지난 20년간 개혁 경험을 바탕으로, "공식 권한이 없어도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행 가능한 6가지 정책 고려사항을 도출합니다.
여섯 가지 정책 고려사항
1. 있는 권한부터 활용하기
공식 경쟁권한 여부보다 중요한 건 "이미 가진 권한을 경쟁의 관점에서 쓰는가"입니다. 효율성 임무는 시장구조·가격에, 소비자보호 임무는 실질적 선택권에, 혁신 임무는 진입위협이 만드는 경쟁압력에 각각 개입할 근거를 이미 담고 있습니다. 브라질 중앙은행(BCB)은 공식 경쟁명령 없이 20여 년간 이 방식을 실천했습니다: 2010년 카드결제 시장의 배타적 계약을 해체했고, 2013년 결제법으로 비은행기관의 참여를 허용했으며, 2016년 "Work Agenda BC#" 아래 Pix(즉시결제)와 오픈파이낸스(의무적 데이터공유)라는 두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 어느 것도 공식 경쟁권한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반대편 극단인 영국은 2012년 금융서비스법으로 FCA에 법정 경쟁목표를 부여하고 2015년부터 CMA와 병존적 집행권을 갖게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정작 Open Banking을 의무화한 건 금융당국이 아니라 경쟁당국(CMA)이었습니다(2017년). 케냐는 정반대 사례입니다 — 중앙은행·통신청·경쟁청 세 기관 모두 자기 소관에만 집중하며 아무도 "경쟁"을 우선순위로 다루지 않는 사이, Safaricom은 대리점의 80%와 거래량의 95% 이상을 장악하는 구조를 굳혀버렸습니다.
2. 효과적으로 조율하기
디지털금융 경쟁 문제는 본질적으로 여러 부문에 걸쳐 있어 단일 기관이 전체를 보지 못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경쟁당국의 은행시장조사(2006년 착수)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모범사례입니다 — 조사가 밝힌 문제(과도한 시장집중, 비은행기관의 결제망 접근제한, 복잡한 수수료체계, 계좌전환 마찰)를 바탕으로 남아공중앙은행(SARB)이 결제시스템 접근 규정을 도입했고, 2017년 금융섹터규제법이 트윈픽스 모델(건전성감독청/금융행위감독청 분리)로 기관을 재편한 뒤, 두 기관이 각자의 소관 안에서 개혁을 이어갔습니다. 이 지속적 조율은 2016년 설립된 정부간핀테크워킹그룹(SARB·FSCA·재무부)이 담당했습니다. 영국은 아예 조율 자체를 제도화했습니다 — FCA·CMA 간 양해각서로 사건 배분을 명확히 하고, Open Banking Implementation Entity의 거버넌스가 부실하다는 평가(2021년)가 나오자 즉시 공동감독위원회(JROC)를 신설해 후속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3. 트레이드오프는 관리 가능하다
경쟁 강화가 안정성·소비자보호와 충돌한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 마진이 얇아지면 위험선호가 커지고 감독역량이 못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증연구는 경쟁-안정성 관계가 단순 상충이 아니라, 초기 시장조건과 규제도구 조정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비선형적 관계임을 보여줍니다(Calice 2025). 캄보디아가 경고 사례입니다 — 2011년 계좌보유율 5% 미만 상황에서 자유로운 인가제를 택해 14년 만에 은행·소액금융기관을 36개에서 157개로 늘렸지만 감독역량이 못 따라가면서, 소액금융 포트폴리오 총액이 180억 달러(GDP의 40%)까지 팽창하고 평균 대출규모가 1인당 소득 중위값의 4배(5,800달러 이상)를 넘어섰습니다. 2017년 18% 금리상한제를 도입했지만 대출기관은 수수료를 올리고 농촌·소규모 차입자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식으로 마진을 회복해, 정작 돕고자 했던 차입자에게 신용을 덜 공급하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인도 UPI는 다른 종류의 트레이드오프를 보여줍니다 — P2P·P2M 거래를 전면 무료화해 채택을 극대화했지만, 인프라 유지에 연간 약 12억 달러가 드는데 이를 은행·핀테크가 떠안으면서 정부 보조금이 최근 비용의 약 5분의 1만 충당하는 자금공백이 발생했습니다.
4. 인프라의 설계·거버넌스는 강력한 경쟁정책 도구다
공유 결제망·디지털신원·데이터공유 프레임워크의 설계는 기술적 결정이자 정책적 선택입니다. 인도는 10년 넘게 층을 쌓아올린 순차적 접근을 보여줍니다: 2009년 Aadhaar(생체인증 신원, e-KYC 비용을 건당 12달러에서 0.06달러로 99.5% 절감) → UPI(모든 인가기관에 개방된 공유 결제레일, 대형은행 의무참여+API 표준화+상호운용 QR코드로 1만 개 이상 핀테크 생태계 조성) → Account Aggregator(2025년 말 기준 라이선스 기관 16개, 참여기관 780개 이상, 이용자 1억1,200만 명, 2025년 한 해 약 200억 달러 규모 대출 촉진). 파키스탄은 "한 층만 열어서는 부족하다"는 반례입니다 — 2021년 Raast로 결제망은 열었지만 디지털신원이 기관별로 파편화돼 있고(이식 불가) 데이터공유 프레임워크도 없어, 신규 진입자가 다른 층의 병목에 계속 막혀 있습니다.
5. 개입 시점이 결정적이다
위 그래프가 보여주듯, 시장 출범 후 핵심 경쟁조치가 도입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나라마다 극명하게 갈립니다. 케냐 M-Pesa는 2007년 "이의없음 통지"만으로 출범해 6년 만에 이용자 1,000만 명·연간 거래액 60억 달러(GDP의 8%)로 성장했습니다. 대리점 독점은 2014년에야 합의로 종료됐고, USSD 차별가격 시정은 2017년, P2P 상호운용은 2018년, 가맹점·공과금 결제 상호운용은 2022년(출시 15년 후)에야 이뤄졌습니다 — 그 사이 Safaricom은 거래량의 98%를 장악해버렸습니다. 파키스탄도 비슷합니다: 비은행 이머니 발행기관 허용이 2019년, Raast 출범이 2021년으로 시장형성 후 10년 넘게 지나서였고, 그 결과 여전히 성인의 27%(여성은 12%)만 계좌를 보유합니다. 원문의 표현을 빌리면 "너무 이른 개입은 시장 형성을 억누르고, 너무 늦은 개입은 구조를 굳혀버린다"— 다만 "구조가 굳었다고 개입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며, 진입 촉진·인프라 접근 확대·기존 사업자 이점 제한을 통해 여전히 새로운 경쟁역학을 만들 수 있다고 원문은 강조합니다.
6. 의도와 설계·이행이 일치해야 한다
멕시코는 이 격차를 보여주는 대표사례입니다 — 2018년 핀테크법으로 오픈파이낸스 틀을 마련했지만, 인가절차가 길고 불확실했으며 기술표준 공표가 지연되면서 데이터공유 규정이 상품·가격 정보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650개 이상의 핀테크가 시장에 진입했지만 정작 중요한 구조적 이점(급여계좌 결속·배타적 대리점망·국영 Banco del Bienestar의 사회이전금 독점)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같은 논리가 데이터공유에도 적용됩니다 — 영국의 자발적 이니셔티브 Midata는 기존 은행이 참여할 상업적 유인이 없어 진전이 없었지만, CMA가 2017년 9대 최대은행에 표준화 API를 통한 데이터공유를 법적으로 의무화하자(초기 시한을 넘긴 은행에는 집행조치까지 취함) 2025년까지 1,330만 명 이상이 Open Banking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EU의 PSD2는 같은 목표를 세웠지만 기술표준을 업계 자율조정에 맡겨 회원국마다 파편화된 결과를 낳았습니다 — "영국은 인큐엄번트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지키게 했고, EU는 목표만 정하고 수단은 시장에 맡겼다. 결과는 그 차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결론과 한계
보고서는 경쟁정책이 안정성·소비자보호와 반드시 충돌하지 않으며, 불안정은 경쟁 자체보다 감독 공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합니다. 8개국 사례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는 "새로운 권한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미 가진 위임·규제도구·제도적 틀·관계를 경쟁의 관점에서 쓰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원문은 스스로 이 여섯 가지 고려사항이 "고차원적 원칙도, 세부적인 운영 지침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국가마다 설계선택·트레이드오프·타이밍·조율과제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일률적인 처방전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합니다. 디지털 생태계가 플랫폼 지배력과 데이터 우위로 점점 더 복잡해지는 지금,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창(window)"이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는 경고로 결론을 맺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