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의 질을 이용자가 판단할 수 없을 때, 누가 소유해야 하는가.
들어가며
1강에서 소유권은 소유비용과 시장계약비용의 합이 가장 작은 집단에 귀속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이 장은 그 명제를 두 방향으로 밀고 나간다. 하나는 소유비용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분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용자 소유가 실제로 약속한 것을 지키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가 이 장의 무게중심이다. 협동조합의 정당화 논리는 「이용자가 소유하므로 이용자의 이익이 지켜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합원이 수만 명이 되면 그 이용자는 소유자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총회에 나가지 않고, 재무제표를 읽지 않으며, 이사장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소유는 형식만 남는다. 이 장의 절반은 그 형식화가 어떤 경로로 일어나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것을 막을 수 있는지에 할애된다.
4.1 소유비용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핸스먼은 소유비용을 세 가지로 분해한다. 집합적 의사결정 비용, 위험부담 비용, 그리고 대리인 비용이다. 이 셋은 조합원 수와 이질성에 대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도식 4-1] 소유비용의 세 원천
[표 4-1] 소유비용의 분해
소유비용의 원천 | 무엇인가 | 조합원이 늘면 | 조합원이 이질적이면 |
집합적 의사결정 | 의견을 모으고 합의에 이르는 비용 | 커진다 — 협의 대상이 늘어난다 | 급격히 커진다 — 이해가 충돌한다 |
위험부담 | 잔여손실을 떠안는 비용 | 작아진다 — 위험이 분산된다 | 복잡해진다 — 누가 더 부담하는지 다툰다 |
대리인 | 경영진을 감시하는 비용 | 커진다 — 무임승차가 늘어난다 | 커진다 — 감시의 기준이 갈린다 |
도식 4-1의 U자 곡선이 이 절의 결론이다. 협동조합에는 최적 규모가 존재한다. 너무 작으면 위험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너무 크거나 이질적이면 의사결정과 감시 비용이 위험분산의 이득을 잡아먹는다. 「협동조합은 커질수록 좋다」는 주장도, 「작아야 순수하다」는 주장도 이 곡선을 보지 않은 것이다.
이 곡선이 실무에서 뜻하는 것
조합을 합병할 것인가를 판단할 때 규모의 경제만 계산하면 왼쪽 절반만 보는 것이다. 합병으로 줄어드는 비용(위험부담·고정비)과 늘어나는 비용(의사결정·감시)을 함께 놓아야 한다.
그리고 늘어나는 쪽은 회계에 잡히지 않는다. 총회 참석률 하락, 조합원 인지도 하락, 임원 선거 경쟁률 하락 같은 지표로만 관찰된다. 합병 전후로 이 지표들을 측정해 두지 않으면 비용의 절반을 못 본 채 판단하게 된다.
4.2 계약실패와 신뢰재
핸스먼의 두 번째 기여는 비영리와 협동조합이 왜 특정 산업에 몰려 있는지를 설명한 것이다. 핵심 개념은 계약실패(contract failure)다. 이용자가 계약으로 자기 이익을 지킬 수 없을 때 시장은 실패한다.
[도식 4-2] 탐색재에서 신뢰재로
[표 4-2] 재화 유형과 소유 형태의 적합성
재화 유형 | 품질 확인 시점 | 예 | 이탈이 규율하는가 | 적합한 소유 형태 |
탐색재 | 구매 전에 확인 가능 | 옷 · 가전 · 농산물 | ○ 작동한다 | 투자자 소유로 충분 |
경험재 | 사용해 본 뒤 확인 | 식당 · 숙박 · 미용 | △ 반복 거래에서만 | 투자자 소유 + 평판 장치 |
신뢰재 | 사용 후에도 확인 곤란 | 의료 · 돌봄 · 교육 · 금융자문 | ✕ 작동하지 않는다 | 이용자 소유 · 비영리 |
신뢰재에서 영리 공급자는 품질을 낮춰 이윤을 늘릴 유인을 갖는다. 요양시설에서 인력을 줄이거나, 금융상품 판매에서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권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용자가 그것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탈이 일어나지 않고, 이탈이 없으므로 시장은 잘못된 공급자를 걸러내지 못한다.
비영리와 협동조합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 비영리는 이윤 비배분 제약(non-distribution constraint)으로 품질을 낮출 유인 자체를 없앤다. 협동조합은 이용자를 소유자로 만들어 품질을 낮춘 이득이 자기에게 돌아오게 한다. 전자는 유인을 제거하고 후자는 유인을 뒤집는다. 이 구분은 8주차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다시 쓰인다.
4.3 1인 1표가 실패하는 네 경로
여기서부터가 이 장의 무게중심이다. 이용자 소유가 작동하려면 이용자가 실제로 통제해야 한다. 그런데 통제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식 4-3] 네 개의 실패 경로
[표 4-3] 네 경로의 징후와 대응
경로 | 작동 방식 | 관찰 가능한 징후 | 대응 장치 |
① 합리적 무관심 | 내 한 표가 결과를 바꾸지 못하므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 총회 참석률 1% 미만 · 위임장 대리 출석 비율이 압도적 | 소집단 단위 참여 구조 · 온라인 의결 · 참여 인센티브 |
② 조합원 이질성 | 대량 이용자와 소량 이용자의 이해가 충돌한다 | 상위 10% 조합원이 거래액의 다수를 차지 · 소액 조합원의 이탈률 상승 | 부문별 대의원 배분 · 이용 구간별 협의 기구 |
③ 세대 간 형평 | 적립금은 앞 세대가 쌓았는데 권리는 현재 조합원이 갖는다 | 신규 가입 정체 · 고령 조합원 비중 급증 · 해산 요구 대두 | 자산잠금 · 가입금 차등 · 적립금 성격 명시 |
④ 대의원제 포섭 | 대의원 선출이 경영진의 영향 아래 놓인다 | 대의원 무투표 당선 비율이 높다 · 이사장 장기 재임 · 이사회 안건 원안 가결률 100% | 선출 절차 공개 · 임기 제한 · 외부 감사 |
네 경로는 서로를 강화한다. 참여가 낮으면 포섭이 쉬워지고, 포섭된 구조에서는 참여할 이유가 더 줄어든다. 그리고 이 악순환은 조직의 재무 성과와 무관하게 진행된다. 오히려 수익이 좋을수록 문제 제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재무 지표만 보아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4.4 외부 통제장치의 부재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주식회사에는 경영을 규율하는 외부 장치가 여럿 있다. 주가가 매일 평가를 내리고, 실적이 나쁘면 인수 위협이 생기며,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가 감시한다. 협동조합에는 이 중 어느 것도 없다.
[도식 4-4] 규율 장치의 유무
허시먼(Hirschman)의 이탈-발언 틀로 옮기면 문제가 선명해진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이탈(주식 매도)로 규율하고,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발언(총회·이사회)으로 규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발언은 시간과 정보를 요구하는 비싼 행동이고, 이탈은 그냥 이용을 줄이면 되는 값싼 행동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조합원도 이탈을 택한다. 발언을 전제로 설계된 조직이 이탈로만 신호를 받는 것이다.
[도식 4-5] 이탈과 발언, 그리고 의무감사제의 자리
독일의 협동조합 의무감사제는 이 공백을 조직 간 상호감시로 메운 설계다. 모든 협동조합은 법에 따라 감사연합회(Prüfungsverband)에 가입해야 하고, 정기 감사를 받아야 하며, 감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등기가 유지되지 않는다. 시장이 하지 못하는 규율을 부문 스스로가 수행하는 구조다.
[표 4-4] 독일 협동조합 의무감사제의 구조
항목 | 설계 내용 | 무엇을 대신하는가 |
가입 의무 | 모든 협동조합이 감사연합회에 가입 | 상장 요건 · 공시 의무 |
정기 감사 | 재무뿐 아니라 경영 · 조합원 관계까지 검사 | 애널리스트 · 기관투자자의 감시 |
결과의 효력 | 감사 미통과 시 등기 유지 곤란 | 인수 위협 · 퇴출 압력 |
비용 부담 | 조합이 회비로 부담 | 시장이 무상으로 제공하던 규율의 내부화 |
주: 3강에서 아일랜드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감사연합회 부재」와 정확히 대응한다.
핵심 정리
1.
소유비용은 집합적 의사결정 · 위험부담 · 대리인 비용으로 분해된다. 세 비용이 조합원 수에 대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협동조합에는 최적 규모가 존재한다.
2.
계약실패는 이용자가 계약으로 자기 이익을 지킬 수 없을 때 일어난다. 신뢰재에서는 이탈이 규율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이용자 소유나 비영리가 필요해진다.
3.
비영리는 이윤 비배분으로 유인을 제거하고, 협동조합은 이용자 소유로 유인을 뒤집는다. 같은 문제에 대한 두 개의 다른 해법이다.
4.
1인 1표는 합리적 무관심 · 조합원 이질성 · 세대 간 형평 · 대의원제 포섭의 네 경로로 형해화된다. 네 경로는 서로를 강화하고, 재무 지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5.
협동조합에는 주가 · 인수 위협 · 기관투자자 같은 외부 규율 장치가 없다. 독일의 의무감사제는 그 공백을 조직 간 상호감시로 메운 설계다.
생각해볼 문제
1.
당신이 이용하는 조직 가운데 「질을 판단할 수 없어 신뢰에 의존하는」 것을 들어 보라. 그 조직의 소유 형태는 무엇인가. 표 4-2의 예측과 맞는가.
2.
조합원 참여율이 낮은 것은 실패인가, 조직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신호인가. 두 해석을 구별할 수 있는 추가 지표를 설계하라.
3.
도식 4-1의 최적 규모 논리에 따르면 대규모 협동조합은 비효율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는 조합원 수백만 명의 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잘 운영된다. 무엇이 이 곡선을 오른쪽으로 밀었는가.
4.
독일식 의무감사제를 당신의 나라에 도입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 반대는 정당한가.
5.
이용자가 소유하면 품질을 낮출 유인이 사라진다는 논리는 조합원이 곧 이용자일 때만 성립한다.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이 다수인 조합에서는 이 논리가 어떻게 되는가.
6.
표 4-3의 네 번째 경로(대의원제 포섭)를 막는 장치로 임기 제한이 자주 제시된다. 임기 제한의 부작용은 무엇인가. 그것을 상쇄할 장치는 무엇인가.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참여를 강제할 수 있는가
일부 협동조합은 총회 불참에 과태료를 물리거나 이용 실적이 없는 조합원을 제명한다. 이것은 민주적 통제를 지키는 장치인가, 아니면 자발성이라는 제1원칙의 위반인가.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
주제 2. 전문경영과 조합원 통제
조직이 커지면 전문경영이 필요해지고, 전문경영이 들어오면 조합원과 경영진 사이의 정보 격차가 커진다. 이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사회 구성, 정보 공개, 외부 감사 가운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
주제 3. 이탈이 유일한 신호일 때
조합원이 발언 대신 이탈을 택한다면 경영진은 그 신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이용 감소를 시장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것과 거버넌스 실패의 신호로 읽는 것을 구별할 방법을 설계하라.
주제 4. 규율의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
독일은 부문 자율 감사로, 다른 나라는 정부 감독으로 이 공백을 메운다. 두 방식은 각각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정부 감독은 ICA 제4원칙(자율과 독립)과 충돌하는가.
PBL 문제해결 과제
과제 — 거버넌스 진단서 작성
상황: 조합원 5만 명의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최근 5년간 매출은 연 6% 성장했고 당기순이익도 흑자다. 그러나 총회 참석률은 0.5%이고 대의원 200명 중 절반이 이사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 이사장은 12년째 재임 중이며 최근 세 차례 이사회 안건은 모두 원안 가결되었다. 조합원 설문에서 「이사장 이름을 안다」는 응답은 11%였다.
요구 산출물: (1) 표 4-3의 네 경로로 이 조직을 진단한 표와 각 판정의 근거, (2) 이 조직을 협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과 그 기준, (3) 재무 성과가 좋다는 사실이 이 진단을 어떻게 바꾸는지(또는 바꾸지 않는지), (4) 우선순위를 매긴 개선 조치 세 가지와 각각의 예상 부작용, (5) 개선 여부를 2년 뒤에 확인할 지표 세 개.
분량과 형식: A4 3쪽 이내. 조별 작성 후 25분 발표 및 교차 질의.
실습 — 요양시설 소유형태 비교 설계
요양시설을 (a) 영리법인 (b) 비영리법인 (c) 이용자 가족이 조합원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한다고 하자. 각 형태에 대해 서비스 질에 관한 구체적 예측을 하나씩 세운다. 「더 좋을 것이다」가 아니라 「인력 배치 기준 대비 실제 배치율이 몇 % 높을 것이다」처럼 측정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 그다음 그 예측을 검증할 방법을 설계한다 — 어떤 자료를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소유 형태 외의 차이(입지·규모·설립연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할 기준을 미리 적는다.
핵심 개념 | 집합적 의사결정 비용 costs of collective decision-making · 대리인 비용 agency cost · 계약실패 contract failure · 이윤 비배분 제약 non-distribution constraint · 탐색재 · 경험재 · 신뢰재 · 합리적 무관심 rational apathy · 조합원 이질성 member heterogeneity · 이탈 · 발언 · 충성 exit, voice, loyalty · 의무감사제 mandatory audit federation |
더 읽을거리
•
Hansmann, H. (1980), “The Role of Nonprofit Enterprise,” Yale Law Journal 89(5). — 계약실패 이론의 원전.
•
Hansmann, H. (1996), The Ownership of Enterprise, Harvard University Press, 협동조합 관련 장. — 4.1절 소유비용 분해.
•
Hirschman, A. O. (1970), Exit, Voice, and Loyalty, Harvard University Press, 1~4장. — 4.4절의 분석틀.
•
Birchall, J. and R. Simmons (2004), “What Motivates Members to Participate in Co-operative and Mutual Businesses?” Annals of Public and Cooperative Economics 75(3). — 참여 동기의 실증.
•
윤상용 · 강만수 · 이형탁 (2016), 「소상공인 신용평가에서 비재무적 정보는 중요한가」, 경영컨설팅연구 16(2). — 연성정보와 판단 근거의 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