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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

13. 사회연대경제로의 확장

국제기구가 왜 이제 와서 SSE를 의제로 삼았는가. 그리고 구속력 없는 규범이 왜 효과를 갖는가.
들어가며
12강까지는 조직과 국가를 다뤘다. 이 장은 그 위의 층 — 국제 규범 — 을 다룬다. 그리고 개념 자체를 정리한다. 「제3섹터」, 「비영리섹터」, 「사회적경제」, 「연대경제」는 서로 겹치지만 경계가 다르고, 어느 정의를 쓰느냐가 통계와 정책 대상을 바꾼다.
이 장의 실무적 목표는 하나다. OECD 이사회 권고의 아홉 구성요소를 자국 진단표로 바꾸는 것이다. 이 표는 15주차 최종 발표의 기초 자료가 되며, 학기 전체에서 만든 워크시트들이 여기로 모인다.
13.1  네 개념의 경계
[도식 13-1]  겹치지만 다른 네 개념
[표 13-1]  네 개념의 비교
개념
정의 방식
포함
배제
쓰이는 맥락
제3섹터
잔여적 — 국가도 시장도 아닌 것
비영리 · 협동조합 · 자원조직
정의가 모호해 경계가 불분명
학술 · 비교연구
비영리섹터
이윤 비배분 제약이 기준
재단 · 협회 · 비영리법인
협동조합(이윤을 배분하므로)
미국 · 국제 통계
사회적경제
법적 형태로 정의
협동조합 · 공제조합 · 결사체 · 재단
비공식 조직 · 사회운동
유럽 대륙 · EU 정책
연대경제
실천과 운동성으로 정의
비공식 조직 · 호혜 실천 · 대안 화폐
형식 요건이 없어 통계화가 어렵다
라틴아메리카 · 프랑스어권
경계를 가르는 쟁점은 셋이다. 첫째, 협동조합은 비영리인가 — 이윤을 조합원에게 배분하므로 비영리섹터 정의에서는 빠진다. 둘째, 법적 형태로 볼 것인가 실질로 볼 것인가 — 형태로 보면 통계가 가능하고 실질로 보면 현실을 담는다. 셋째, 비공식 조직을 포함할 것인가 — 개도국에서는 비공식 부문이 훨씬 크므로 이 결정이 규모 추정을 좌우한다.
SSE(social and solidarity economy)라는 국제 용어는 뒤의 두 개념을 합친 것이다. 유럽의 법적 형태 중심 정의와 라틴아메리카의 실천 중심 정의를 함께 담기 위한 타협이며, 그래서 정의가 다소 넓고 모호하다. 12강에서 본 한국 법안의 명칭 변경 —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 — 도 이 국제 용어를 따른 결과다.
13.2  국제 규범의 형성 순서
[도식 13-2]  정의가 먼저, 승인이 나중
2022년 6월 ILO 제110차 총회는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결의를 채택했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초의 SSE 정의가 여기서 나왔다. 같은 해 6월 OECD 이사회는 각료급에서 「사회연대경제와 사회혁신에 관한 권고」(OECD/LEGAL/0472)를 채택했다.
정치적 승인은 그다음이었다. 2023년 4월 UN 총회 결의 A/RES/77/281이 채택되었고, 2024년 12월에는 두 번째 결의 A/RES/79/213이 채택되어 사무총장에게 이행 보고서를 요청했다. 정의를 먼저 확립하고 나서 정치적 승인을 얻은 순서다.
[표 13-2]  국제 규범의 형성 경과
시점
규범
핵심 내용
성격
2022.6
ILO 제110차 총회 결의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초의 SSE 정의
정의의 확립
2022.6
OECD 이사회 권고 (OECD/LEGAL/0472)
생태계 조성을 위한 아홉 구성요소
정책 체크리스트
2023.4
UN 총회 결의 A/RES/77/281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SSE 증진
정치적 승인
2023.11
EU 이사회 권고
회원국의 국가전략 수립 · 집행위 이행 점검
기한과 점검이 있는 유일한 체계
2024.12
UN 총회 결의 A/RES/79/213
재확인 및 사무총장 이행 보고 요청
이행 단계로의 이동
13.3  OECD 아홉 구성요소 — 진단 도구로 쓰기
[도식 13-3]  아홉 개의 칸
[표 13-3]  아홉 구성요소의 진단 질문
구성요소
무엇을 묻는가
확인 자료
1
사회적경제 문화
이 부문이 사회적으로 인지되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언론 보도 · 교육과정 포함 여부 · 인식 조사
2
제도적 틀
부문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과 협의 구조가 있는가
소관 부처 · 협의 기구 · 전담 조직의 유무
3
법 · 규제 틀
법적 지위와 설립 절차가 정비되어 있는가
근거법 · 시행령 · 등록 통계
4
금융 접근성
이 부문에 맞는 자금 조달 수단이 있는가
전용 기금 · 보증 · 사회적 금융기관의 유무
5
시장 접근성
공공 조달과 민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가
조달법의 사회적 가치 조항 · 실제 낙찰 비중
6
역량과 경영지원
교육 · 컨설팅 · 인력양성 체계가 있는가
지원기관 · 교육과정 · 이수자 수
7
임팩트 관리 · 측정 · 보고
성과를 측정하고 보고하는 체계가 있는가
측정 지침 · 보고 의무 · 실제 보고율
8
데이터
부문의 규모와 활동을 보여 주는 통계가 있는가
공식 통계 여부 · 정의의 일관성 · 갱신 주기
9
사회혁신
새로운 해법을 시도하고 확산하는 경로가 있는가
실험 예산 · 확산 사례 · 정책 반영 이력
자료: OECD, Recommendation on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and Social Innovation (OECD/LEGAL/0472, 2022). 세 번째 · 네 번째 열은 강의를 위한 해석이다.
이 표를 채우는 방법
각 항목을 (0) 없음 (1) 계획만 있음 (2) 제도는 있으나 작동 미흡 (3) 작동 중으로 채점하고, 근거를 한 줄씩 적는다. 근거를 적을 수 없으면 그 항목은 (1) 이하로 본다.
채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0점과 1점이 어디에 몰려 있는가다. 그 분포가 그 나라 정책의 공백을 그대로 보여 준다. 많은 나라에서 ③ 법 · 규제 틀은 갖춰져 있으나 ⑧ 데이터가 비어 있다. 6강의 표현으로 하면 공식 규칙은 있는데 그것이 작동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13.4  구속력 없는 규범이 왜 효과를 갖는가
[도식 13-4]  기한과 점검이 있는 유일한 체계
ILO 결의도 OECD 권고도 UN 결의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런데 EU 이사회 권고(2023년 11월)는 다르다. 회원국이 정해진 기간 안에 사회적경제 국가전략을 수립하거나 갱신하도록 하고 집행위원회가 이행을 점검한다. 기한과 점검이 붙은 유일한 체계다.
그럼에도 구속력 없는 규범이 효과를 갖는 경로는 셋으로 정리할 수 있다.
[표 13-4]  연성 규범의 세 경로
경로
작동 방식
관찰되는 형태
국내 정당화 근거
국내 정책 추진자가 「국제 규범이 요구한다」는 논거를 얻는다
법안 제안 이유서 · 정책 문서의 국제 규범 인용
국제 비교 압력
다른 나라가 하는데 우리는 하지 않는다는 비교가 압력이 된다
국가별 이행 현황표 · 동료 검토(peer review)
재원 접근 조건
개발협력 재원과 국제기구 사업의 참여 조건이 된다
공여기관 사업 설계에 SSE 항목이 포함되는 빈도
13.5  한국의 위치, 그리고 후발국의 선택
[도식 13-5]  국제 논의에서의 자리
UN 결의의 핵심그룹과 공동제안국 명단에는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몽골·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아시아 국가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국제 논의에 들고 갈 국가 정책 틀이 없었기 때문이다 — 12강에서 본 대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13년째 계류 중이다.
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다. 세네갈은 2021년 SSE 기본법을 제정했고 UN 결의 과정에서 조정 역할을 했다. 즉 제도를 갖춘 나라가 국제 규범 형성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국제 규범 형성에 참여하면서 국내 제도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후발국에게는 후자가 더 현실적인 경로일 수 있다 — 국제 논의 참여 자체가 국내 입법의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핵심 정리
1.
제3섹터 · 비영리섹터 · 사회적경제 · 연대경제는 경계가 다르다. 비영리섹터 정의는 협동조합을 배제하고, 사회적경제는 법적 형태로, 연대경제는 실천으로 정의한다.
2.
SSE는 유럽의 형태 중심 정의와 라틴아메리카의 실천 중심 정의를 합친 타협적 용어다. 그래서 정의가 넓고 모호하다.
3.
국제 규범은 정의가 먼저(2022 ILO · OECD), 정치적 승인이 나중(2023 · 2024 UN)이라는 순서로 형성되었다.
4.
OECD 권고의 아홉 구성요소는 사실상의 국제 표준 체크리스트다. 각 항목을 0~3점으로 채점하면 자국 진단표가 된다. 많은 나라에서 법은 있으나 데이터가 비어 있다.
5.
구속력 없는 규범이 효과를 갖는 경로는 국내 정당화 근거 · 국제 비교 압력 · 재원 접근 조건 셋이다. 기한과 점검이 붙은 것은 EU 이사회 권고가 유일하다.
생각해볼 문제
1.
당신의 나라는 UN SSE 결의에 참여했는가. 참여했다면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참여하지 않았다면 왜인가.
2.
OECD 권고 아홉 항목 가운데 당신 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무엇인가. 왜 그 항목인가.
3.
국제 규범은 구속력이 없다. 그럼에도 효과가 있다면 그 경로는 무엇인가. 표 13-4의 셋 가운데 당신 나라에 가장 잘 맞는 것은.
4.
비영리섹터 정의가 협동조합을 배제한다는 사실은 국제 통계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가. 협동조합 부문의 규모가 과소 추정되는가.
5.
연대경제 정의는 비공식 조직을 포함한다. 비공식 부문이 큰 나라에서 이 정의를 채택하면 부문의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이것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인가, 통계를 부풀리는 것인가.
6.
세네갈처럼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국제 논의에 먼저 참여하는 전략은 당신 나라에서 가능한가.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정의를 넓히는 것은 이익인가
SSE의 넓은 정의는 더 많은 조직을 포괄해 부문의 규모와 정치적 무게를 키운다. 동시에 이질적인 조직들이 하나의 범주에 묶여 정책 설계가 어려워진다. 당신 나라에서 넓은 정의와 좁은 정의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한가.
주제 2.  국제 규범은 누구의 언어인가
SSE 정의와 OECD 아홉 구성요소는 대체로 유럽과 OECD 회원국의 경험에서 나왔다. 비공식 부문이 지배적인 나라에서 이 체크리스트는 얼마나 유효한가. 그대로 적용하면 그 나라의 실제 상호부조 실천이 「없는 것」으로 집계되지 않는가.
주제 3.  데이터 항목이 왜 항상 비어 있는가
OECD 아홉 항목 가운데 ⑧ 데이터는 많은 나라에서 가장 낮게 채점된다. 통계를 만드는 데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왜 비어 있는가. 12강의 부처 분절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주제 4.  국제 참여가 국내 제도를 만드는가
국제 규범 형성에 참여하면 국내 입법의 명분이 생긴다는 주장과, 국내 실체 없이 국제 무대에만 나가는 것은 형식주의라는 주장이 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PBL 문제해결 과제
과제 — OECD 아홉 항목 자국 진단표 작성
이 과제의 산출물은 15주차 최종 발표의 기초 자료가 되므로 개인별로 작성한다.
요구 산출물: (1) 표 13-3의 아홉 항목을 각각 (0) 없음 (1) 계획만 있음 (2) 제도는 있으나 작동 미흡 (3) 작동 중으로 채점하고 근거를 한 줄씩 적을 것. 근거를 적을 수 없는 항목은 (1) 이하로 표기하고 어떤 자료를 구하면 확인 가능한지 함께 적을 것. (2) 0점 · 1점이 몰린 항목의 공통점 진단. (3) 그 공백이 생긴 원인에 대한 가설 — 예산인가, 관할인가, 인식인가, 데이터 부재인가. (4) 세네갈(2021 SSE 기본법 제정, UN 결의 조정 역할)과 자국을 대조해 세네갈은 무엇을 했고 자국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항목별로 정리. (5) 아홉 항목 가운데 3년 안에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항목 하나를 고르고 그 이유.
분량과 형식: A4 4쪽 이내. 개인 작성 후 조별로 교차 검토하고 대표 사례 두 건을 발표한다.
실습 — 자국 법안 · 정책문서의 국제 규범 인용 추적
자국의 사회적경제 · 협동조합 관련 법안이나 정책 문서를 하나 구해 그 안에 국제 규범(ILO 결의 · OECD 권고 · UN 결의 · EU 권고)이 인용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인용되어 있다면 어느 대목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였는지 — 정당화 근거인가, 목표 설정인가, 형식적 언급인가 — 를 분류한다. 인용되어 있지 않다면 그 문서가 무엇을 근거로 정책을 정당화하는지 확인한다. 표 13-4의 세 경로 가운데 자국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이 실습의 답이다.
핵심 개념
사회연대경제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  제3섹터 third sector  ·  이윤 비배분 제약 non-distribution constraint  ·  연성 규범 soft law  ·  동료 검토 peer review  ·  OECD/LEGAL/0472  ·  A/RES/77/281 · A/RES/79/213  ·  국가전략 national strategy  ·  공동제안국 co-sponsor
더 읽을거리
•
ILO (2022), Resolution concerning decent work and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110th ILC. —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초의 SSE 정의.
•
OECD (2022), Recommendation of the Council on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and Social Innovation, OECD/LEGAL/0472. — 13.3절의 원전.
•
UN General Assembly, A/RES/77/281 (2023) 및 A/RES/79/213 (2024). — 결의 원문.
•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2023), Recommendation on developing social economy framework conditions. — 기한과 점검이 있는 유일한 체계.
•
UN Inter-Agency Task Force on SSE (unsse.org). — 이행 현황과 국가별 자료의 출처.
•
UN Economist Network (2023), New Economic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 개념 정리의 최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