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와 차입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무엇을 바꾸는가.
들어가며
2강에서 라이파이젠의 설계를 보았고 3강에서 그것이 어떻게 이식되었는지를 보았다. 이 장은 그 계보의 현재를 다룬다. 금융협동조합은 세 가지 이유에서 이 강의의 중심에 놓인다.
첫째, 소유구조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은행은 규제와 공시 때문에 자료가 풍부하고, 상업은행이라는 명확한 비교 대상이 있다. 둘째, 6강의 동형화 문제가 가장 강하게 작용한다. 규제가 조직 형태의 차이를 지우는 압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의 협동조합 금융은 규모가 크고 오래되었으나 「사회적경제」 논의에서 대체로 빠져 있다. 12주차 이중구조 논의의 실질적 내용이 여기서 준비된다.
9.1 소유구조가 하는 일
[도식 9-1] 누가 소유하고 누가 이용하는가
상업은행에서는 주주가 소유하고 예금자는 채권자다. 주주는 유한책임이므로 위험을 키워 상방 이익을 얻고 하방 손실은 예금보험과 채권자에게 넘길 유인을 갖는다. 금융 규제의 상당 부분이 이 유인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금융협동조합에서는 소유자와 이용자가 겹친다. 조합원이 곧 예금자이고 차입자다. 위험을 키워 얻는 이익과 손실이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므로 왜곡이 작다. 협동조합 금융기관이 보수적으로 운용된다는 관찰은 도덕적 성향이 아니라 이 구조의 귀결이다.
[표 9-1] 두 소유구조의 대조
상업은행 | 금융협동조합 | |
소유자 | 주주 | 조합원 |
예금자의 지위 | 채권자 — 소유와 분리 | 소유자 — 겹친다 |
위험 선호 | 유한책임으로 상방 편향 | 상방과 하방이 같은 주체에 귀속 |
의사결정 | 1주 1표 · 주가 규율 | 1인 1표 · 외부 규율 부재 |
정보 우위 | 경성정보 · 신용평점 | 연성정보 · 관계형금융 |
성장 동력 | 증자 · 인수합병 | 내부유보 · 조합원 확대 |
9.2 강점 — 위기에 강한 이유
[도식 9-2] 위기 국면의 대출 행태
유럽 협동조합은행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위기 국면에서 상업은행이 대출을 줄일 때 협동조합은행은 대출을 유지하거나 늘렸다고 반복해서 보고한다. 페리 등(Ferri, Kalmi & Kerola, 2014)의 분석이 대표적이다.
설명은 두 갈래다. 하나는 소유구조다. 주주가 없으므로 위기에 자기자본이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을 급히 줄일 압력이 작다. 다른 하나는 정보다. 지역에 밀착해 오래 거래한 차주에 대해서는 연성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불확실성이 커져도 판단을 유지할 수 있다. 2강의 「정보 기계」가 현대적 형태로 작동하는 것이다.
[표 9-2] 강점과 그 확인 방법
강점 | 메커니즘 | 확인 지표 |
경기대응적 대출 | 주주 압력 부재 · 장기 관계 유지 유인 | 위기 전후 대출증가율의 은행 유형별 차이 |
관계형금융 | 연성정보의 축적 — 담보 없는 차주에게도 판단 가능 | 무담보 · 소액 대출 비중, 거래 지속 기간 |
지역 자금의 역내 순환 | 예수금을 역내에서 운용 | 예대율의 지역 분포, 역외 운용 비중 |
금융 포용 | 소액 · 취약 계층 접근성 | 저소득 · 고령 조합원 비중, 지점 접근성 |
9.3 약점 — 성장에 약한 이유
[도식 9-3] 자본조달 경로의 제약
약점은 셋이다. 첫째는 자본조달이다. 주식을 발행할 수 없으므로 자기자본은 내부유보와 조합원 출자에 묶인다. 그런데 1인 1표 아래에서는 대규모 출자 유인이 없다(1강). 결과적으로 자산이 빠르게 늘면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성장과 건전성이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둘째는 거버넌스다. 4강에서 본 네 경로가 그대로 적용된다. 조합원 참여가 낮으면 경영진의 자율성이 과도해지고, 외부 규율 장치도 없다. 셋째는 동형화다. 상업은행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같은 지표로 평가받으면 결국 같은 방식으로 영업하게 된다 — 즉 담보대출 중심으로 이동한다.
세 약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본이 부족하면 성장 압력이 커지고, 성장 압력이 커지면 수익성 높은 담보대출로 이동하며, 담보대출로 이동하면 조합원과의 관계는 일반 은행 거래와 구별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조합원이 참여할 이유가 더 줄어들고 거버넌스는 더 약해진다.
6강의 표 6-3에서 이것을 사명 표류라 불렀다. 금융협동조합에서 그 대리지표는 담보대출 비중, 1건당 평균 대출금액, 그리고 신규 거래 조합원의 소득 분포다.
9.4 한국의 상호금융 체계
[도식 9-4] 세 갈래의 협동조합 금융
한국의 협동조합 금융은 세 갈래다. 신협(1960~)은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새마을금고(1963~)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소관이며,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상호금융은 각 개별법 아래 있다. 규모는 작지 않다. 행정안전부 발표 기준으로 새마을금고의 2025년 총자산은 286조 7천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이 부문은 「사회적경제」 논의에서 대체로 빠져 있다. 이유는 제도에 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금융·보험업을 배제했고 기존 개별법을 존치했으므로, 협동조합 금융은 기본법 협동조합과 완전히 분리된 세계로 남았다. 12주차에서 이 분리를 이중구조의 핵심으로 다룬다.
[표 9-3] 한국 협동조합 금융의 제도 배치
신협 | 새마을금고 | 농 · 수 · 산림조합 상호금융 | |
근거법 | 신용협동조합법(1972) | 새마을금고법(1982 전부개정) | 농업협동조합법 등 각 개별법 |
감독 | 금융위원회 · 금융감독원 | 행정안전부(금융위 협의) | 소관 부처 · 금융위 협의 |
공동유대 | 지역 · 직장 · 단체 | 지역 · 직장 | 조합 구역 |
기본법과의 관계 | 분리 — 기본법이 금융업 배제 | 분리 | 분리 |
주: 법률 명칭과 제·개정 연도는 개정 이력이 있으므로 현행 법령으로 확인해 사용한다. 새마을금고 자산 규모는 행정안전부 「2025년 영업실적(잠정)」 기준이다.
9.5 규제 논쟁과 공제
[도식 9-5] 두 원칙의 대립
규제 논쟁은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같은 기능이면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가.」 적용하면 규제차익이 사라지고 금융안정에 기여하지만, 조직 형태의 차이가 무의미해진다. 적용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의 특수성은 보존되지만 감독 사각지대가 남는다.
이 논쟁에 정답은 없다. 다만 판단의 기준을 명시할 수는 있다. 그 규제가 겨냥하는 위험이 소유구조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주주의 위험 추구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라면 주주가 없는 조직에는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 반면 예금자 보호나 유동성 위험처럼 소유구조와 무관한 위험을 다루는 규제라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제(mutual aid)를 함께 본다. 위험을 모아 나누는 원리는 보험과 같지만, 가입자가 특정 집단으로 한정되고 그 집단이 공동유대를 갖는다는 점이 다르다. 공동유대는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줄인다 — 서로를 알기 때문이다. 2강에서 본 라이파이젠의 설계 원리가 보험 영역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표 9-4] 보험과 공제
보험회사 | 공제 mutual aid | |
가입 범위 | 불특정 다수 | 특정 집단 — 공동유대 |
역선택 대응 | 언더라이팅 · 가격 차등 | 공동유대 자체가 선별 장치 |
도덕적 해이 대응 | 자기부담금 · 조사 | 상호 인지 · 평판 |
잉여의 귀속 | 주주 | 가입자(조합원) |
규제상 지위 | 보험업법 | 각 근거법 · 감독 체계가 갈린다 |
핵심 정리
1.
금융협동조합에서는 소유자와 이용자가 겹치므로 위험을 키울 유인이 작다. 보수적 운용은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소유구조의 귀결이다.
2.
위기 국면에서 협동조합은행이 대출을 유지하거나 늘렸다는 관찰이 유럽 연구들에서 반복 확인되었다. 설명은 주주 압력의 부재와 연성정보의 축적 둘이다.
3.
약점 셋 — 자본조달 제약 · 낮은 조합원 참여 · 동형화 압력 — 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본이 부족하면 성장 압력이 커지고 담보대출로 이동하며 조합원 관계는 희석된다.
4.
한국의 협동조합 금융은 신협 · 새마을금고 · 농수산림조합 상호금융의 세 갈래이며, 각각 다른 법과 감독 체계 아래 있다. 2012년 기본법이 금융업을 배제하면서 기본법 협동조합과 분리되었다.
5.
규제 논쟁의 판단 기준은 그 규제가 겨냥하는 위험이 소유구조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다. 주주의 위험 추구를 겨냥한 규제는 주주가 없는 조직에 적용할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
생각해볼 문제
1.
금융협동조합에 상업은행과 같은 건전성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가. 다르게 해야 한다면 어떤 항목에서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
2.
조합원이 예금만 하고 대출은 받지 않는다면 그는 여전히 조합원인가. 소유와 이용의 일치는 어디까지 유지되는가.
3.
당신의 나라에 협동조합 금융기관이 있는가. 없다면 그 자리를 무엇이 채우고 있는가 — 마이크로파이낸스인가, 비공식 금융인가, 국영은행인가.
4.
표 9-2의 네 강점 가운데 자료로 확인 가능한 것은 몇 개인가. 확인할 수 없는 항목은 왜 확인할 수 없는가.
5.
협동조합 금융이 규모가 크고 오래되었는데도 「사회적경제」 논의에서 빠지는 것은 제도 때문인가, 자기 인식 때문인가. 둘을 구별할 수 있는가.
6.
공동유대(common bond)를 좁게 유지하면 역선택은 줄지만 성장은 막힌다. 오늘날 직장 · 지역 이동성이 높은 사회에서 공동유대는 여전히 유효한 장치인가.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동일기능 동일규제는 옳은가
규제차익을 없애는 것은 공정하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조직 다양성을 제거하는 대가를 치른다. 금융 시스템에서 조직 다양성 자체가 안정성에 기여한다는 주장(생물다양성 비유)도 있다. 이 주장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는가, 아니면 수사인가.
주제 2. 성장 없는 지속이 가능한가
자본조달이 막혀 있으므로 협동조합 금융은 빠르게 성장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성장하지 않는 전략이 가능한가. 인플레이션과 규제 자본 요건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제자리에 머무는 것은 실질적으로 축소를 뜻하지 않는가.
주제 3. 감독 주체가 부처별로 갈린 것의 결과
한국에서 신협은 금융당국,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이 배치는 어떤 결과를 낳는가. 감독 역량, 위기 대응, 부문 간 규제 형평의 세 측면에서 평가하라. 당신의 나라라면 어떻게 배치하겠는가.
주제 4. 디지털 전환은 관계형금융을 지우는가
관계형금융은 대면 접촉과 연성정보에 기반한다. 디지털화는 표준화와 경성정보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금융협동조합의 차별성은 사라지는가. 거래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가 과거 지점 직원이 알던 것을 대신할 수 있는가. 14주차의 예습이다.
PBL 문제해결 과제
과제 — 예대율 130% 조합의 진단
상황: 지역 금융협동조합의 예대율이 130%다. 지역 예금보다 대출이 많다. 지난 5년간 총자산은 1.8배,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34%에서 61%로 늘었고 자기자본비율은 하락했다. 조합원 수는 정체이며 신규 조합원의 평균 연령은 기존보다 높다.
요구 산출물: (1) 예대율 130%가 「지역 자금순환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인지에 대한 판단과 그 근거, (2) 판단에 필요한 추가 정보의 목록 — 대출의 지역 내외 비중, 차주 유형, 조달 구조 등, (3) 6강의 사명 표류 지표로 이 조합을 진단한 결과, (4) 자본조달 제약을 고려할 때 이 조합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 세 개와 각각의 위험, (5) 감독당국이 이 조합에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과 개입한다면 어떤 수단으로.
분량과 형식: A4 4쪽 이내. 조별 작성 후 30분 발표 및 교차 질의.
실습 — 자국 소액금융기관 해부
각자 자국의 소액금융기관 또는 협동조합 금융기관을 하나 고른다. 다음 네 항목을 조사해 채운다. ① 누가 소유하는가 — 지분 구조와 의결권 규칙. ② 예금을 받는가 — 받는다면 예금자 보호는 어떻게 되는가. ③ 감독은 누가 하는가 — 근거법과 감독기관, 검사 주기. ④ 조합원이 통제할 수단이 있는가 — 총회 · 이사 선출 · 정보 공개 청구권의 실제 작동 여부. 네 항목을 채운 뒤 표 9-1의 기준으로 이 기관이 협동조합 금융의 요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판정하고, 부합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그것을 막고 있는지 한 문단으로 적는다.
핵심 개념 | 공동유대 common bond · 관계형금융 relationship banking · 연성정보 soft information · 경기대응적 대출 countercyclical lending · 예대율 loan-to-deposit ratio · 자기자본비율 capital adequacy ratio · 동일기능 동일규제 same activity, same regulation · 규제차익 regulatory arbitrage · 공제 mutual aid · 상호금융 mutual finance |
더 읽을거리
•
Ferri, G., P. Kalmi and E. Kerola (2014), “Does Bank Ownership Affect Lending Behavior? Evidence from the Euro Area,” Journal of Banking & Finance 48. — 9.2절의 근거.
•
Kalmi, P. (2007), “The Disappearance of Cooperatives from Economics Textbooks,” 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31(4). — 왜 이 부문이 논의에서 빠지는가에 대한 분석.
•
Fonteyne, W. (2007), Cooperative Banks in Europe: Policy Issues, IMF Working Paper 07/159. — 규제 논쟁의 정리.
•
Berger, A. and G. Udell (2002), “Small Business Credit Availability and Relationship Lending,” Economic Journal 112. — 관계형금융의 표준 문헌.
•
윤상용 · 박순홍 (2022), 「새마을금고의 권역별 금융포용에 관한 연구」, 경영교육연구 37(6).
•
윤상용 (2023), 「새마을금고의 경영효율성과 금융포용의 지역별 특성 비교 연구」, 대한경영학회지 36(1).
•
행정안전부, 「새마을금고 2025년 영업실적(잠정)」. — 9.4절 자산 규모의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