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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

10. 몬드라곤: 교육에서 기업집단으로

왜 학교가 먼저였는가. 그리고 최대 조합이 파산했는데도 체계가 유지된 이유는 무엇인가.
들어가며
4부는 사례로 들어간다. 사례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먼저 한 가지를 밝혀 둔다. 이 강의는 몬드라곤을 모범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하나의 성공 사례를 규범으로 삼으면 진단이 그 모델에 맞춰 왜곡되기 때문이다. 몬드라곤·볼로냐·퀘벡·한국 넷을 함께 놓는 것은 그 때문이다.
몬드라곤에서 배울 것은 「이렇게 하면 된다」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떤 장치로 풀었고, 그 장치가 무엇을 대가로 요구했는가」다. 특히 8강에서 본 두 제약 — 자본조달과 퇴화 — 에 대한 대응이 이 사례의 핵심이다.
10.1  13년의 시차
[도식 10-1]  학교가 먼저였다
1941년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José María Arizmendiarrieta) 신부가 몬드라곤에 부임했다. 당시 이 지역은 스페인 내전 직후의 빈곤과 실업 상태였다. 그가 먼저 한 일은 협동조합 설립이 아니라 1943년 기술학교(Escuela Politécnica)를 세우는 것이었다.
첫 협동조합 ULGOR가 만들어진 것은 1956년, 그 학교 졸업생 다섯 명에 의해서였다. 13년의 시차가 이 사례의 핵심이다. 3강에서 본 명제 — 이식된 것은 조직이 아니라 교육기관이었다 — 가 여기서 다시, 그리고 더 분명한 형태로 확인된다.
이 시차가 실무에 뜻하는 것
3년짜리 개발협력 사업으로는 이 순서를 재현할 수 없다. 학교를 세우고 13년을 기다리는 사업은 어떤 공여기관의 심사도 통과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둘이다. 하나는 사업 기간 안에 조직 설립까지 하지 않고 교육 체계 구축까지만 목표로 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교육기관 — 대학, 종교 조직, 직능 단체 — 에 접속하는 것이다. 3강의 안티고니시와 한국 신협은 후자였다.
10.2  삼각 구조 — 조합이 아니라 체계
[도식 10-2]  네 개의 축
몬드라곤이 다른 노동자협동조합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개별 조합이 아니라 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산업 협동조합들 주변에 세 개의 지원 기구가 배치되어 있고, 각각이 8강에서 본 제약 하나씩을 담당한다.
[표 10-1]  네 축과 그것이 푸는 문제
축
무엇을 담당하는가
해결하는 제약
Laboral Kutxa (구 Caja Laboral, 1959~)
조합의 잉여를 모아 다시 조합에 공급하는 금융
자본조달 — 외부에 통제권을 넘기지 않고 자본을 얻는다
Lagun Aro
조합원 대상 사회보장 · 실업 시 다른 조합으로의 재배치
고용 위험 — 조합이 어려워져도 조합원이 부문 안에 남는다
Mondragon Unibertsitatea (1997 통합)
기술 · 경영 인력의 양성과 재교육
인력 — 조합 방식을 이해하는 사람을 계속 만든다
조합 간 잉여 재분배 · 임금연대
이익이 난 조합의 잉여 일부를 부문으로 이전
퇴화 · 격차 — 개별 조합의 이해와 부문의 이해를 묶는다
표의 오른쪽 열을 세로로 읽으면 이 사례의 성격이 드러난다. 몬드라곤은 협동조합을 잘 운영한 사례가 아니라, 협동조합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제약들에 각각 대응하는 기구를 하나씩 만든 사례다. 조직이 아니라 생태계를 설계한 것이다.
10.3  임금연대와 조합 간 협동
[도식 10-3]  배율에 상한을 두는 규칙
몬드라곤 10대 원칙 가운데 실무적으로 가장 논쟁적인 것이 임금연대다. 조합 안에서 최고 보수와 최저 보수의 배율에 상한을 두고, 그 배율은 시기와 조합에 따라 조정되어 왔다. 일반 대기업의 경영진-말단 보수 배율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 규칙은 대가를 치른다. 외부 노동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의 보수를 줄 수 없으므로 고급 전문 인력의 영입과 유지가 어렵다. 몬드라곤이 자체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이 제약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 외부에서 데려올 수 없다면 안에서 길러야 한다.
[표 10-2]  네 장치와 그 교환
장치
내용
얻는 것
치르는 대가
임금 배율 상한
조합 내 최고-최저 보수 배율 제한
내부 결속 · 정당성
고급 인력 영입의 어려움
조합 간 잉여 재분배
이익 조합의 잉여 일부를 부문으로 이전
부문 전체의 안정
우수 조합의 이탈 유인
인력 재배치
어려운 조합의 조합원을 다른 조합으로
고용 안정 · 숙련 보존
이동에 따른 개인적 부담
가입 의무
신규 인력의 조합원화
퇴화 억제
인력 운용 유연성의 상실
10.4  2013년 Fagor 파산
[도식 10-4]  최대 조합이 무너졌을 때
2013년 Fagor Electrodomésticos가 파산했다. 몬드라곤 최대 조합이었고 약 5,600명이 영향을 받았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 스페인 부동산 위기로 인한 가전 수요 급감, 저가 제품과의 경쟁, 누적 부채와 지연된 구조조정.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산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상당수 조합원이 다른 조합으로 재배치되었고 Lagun Aro가 그 이행 기간의 소득을 흡수했다. 일반 기업집단이었다면 정리해고였을 상황이다.
두 해석이 모두 성립한다
비판적 해석 — 몬드라곤도 시장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협동조합이라는 형태가 경영 실패를 막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다.
옹호적 해석 — 최대 조합이 무너졌는데도 부문이 유지되고 조합원 다수가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는 것은 연대 체계가 설계대로 작동했다는 증거다.
두 해석이 모두 옳다는 점이 이 사례의 교훈이다. 협동조합은 실패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 실패의 비용을 다르게 배분하는 조직이다. 그 배분의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가 토론 주제가 된다.
10.5  모순 — 해외 자회사
[도식 10-5]  국경에서 멈춘 원칙
몬드라곤은 국제화 과정에서 해외에 다수의 생산 자회사를 두었다. 이 자회사들은 협동조합이 아니라 일반 기업이며, 그곳의 노동자는 조합원이 아니다. 임금연대도, 재배치도, 의결권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6강과 8강에서 다룬 퇴화가 국제화 국면에서 나타난 형태다. 국내에서는 가입 의무 규정으로 눌렀던 유인이 국경 밖에서는 억제되지 않은 것이다. 몬드라곤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오래 논쟁되어 왔고, 일부 자회사의 협동조합 전환 시도가 있었으나 법 제도와 현지 조건의 차이로 전면적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사례를 다루는 방식이 이 강의의 태도를 보여 준다. 모범 사례의 결함을 감추면 학생들은 자기 나라에서 같은 문제를 만났을 때 대비하지 못한다. 성공 사례일수록 그 한계를 명시해야 이전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핵심 정리
1.
1943년 기술학교와 1956년 첫 협동조합 사이에 13년의 시차가 있다. 조직이 아니라 교육이 먼저였다는 점이 이 사례의 출발점이다.
2.
몬드라곤은 협동조합 하나가 아니라 체계를 만들었다. 은행은 자본조달을, 사회보장은 고용 위험을, 대학은 인력을 담당하며 각각 협동조합의 구조적 제약 하나씩에 대응한다.
3.
임금연대 · 잉여 재분배 · 재배치 · 가입 의무는 모두 대가를 치른다. 고급 인력 영입의 어려움, 우수 조합의 이탈 유인, 인력 운용 유연성의 상실이 그것이다.
4.
2013년 Fagor 파산은 협동조합이 실패하지 않는 조직이 아님을 보여 준 동시에, 실패의 비용을 다르게 배분하는 조직임을 보여 주었다.
5.
해외 자회사는 협동조합이 아니다. 국내에서 규정으로 억제한 퇴화 유인이 국경 밖에서는 억제되지 않았다. 성공 사례일수록 한계를 명시해야 이전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몬드라곤의 성공 요인 가운데 (1) 바스크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 (2) 제도 설계 (3) 창립자의 리더십 중 무엇이 결정적이라고 보는가. 세 요인은 이전 가능성이 각각 다르다.
2.
임금 배율 상한은 우수 인재 확보를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유지해야 하는가. 유지한다면 인재 문제는 무엇으로 푸는가.
3.
해외 자회사를 협동조합으로 만들지 않은 것은 배신인가, 불가피한 선택인가. 불가피했다면 무엇이 그것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는가.
4.
Fagor 파산 시 재배치의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가. 다른 조합의 조합원인가, Lagun Aro의 적립금인가, 재배치된 사람 자신인가. 각각의 몫을 추정할 수 있는가.
5.
몬드라곤의 네 축(표 10-1) 가운데 당신 나라에서 가장 먼저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며 왜 그런가.
6.
13년의 시차를 3년짜리 사업으로 압축할 수 있는가. 압축한다면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가.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체계 없이 조합만 만들 수 있는가
몬드라곤의 교훈이 「은행과 대학과 사회보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그것을 갖출 수 없는 나라에서는 노동자협동조합을 시도하지 말아야 하는가. 네 축 가운데 최소한 무엇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가.
주제 2.  연대는 규모의 한계를 갖는가
조합 간 잉여 재분배는 이익 조합이 손해를 감수하는 구조다. 부문이 커지고 조합 간 성과 격차가 벌어지면 우수 조합은 이탈 유인을 갖는다. 이 유인을 억제하는 것은 규정인가, 정체성인가, 아니면 이탈했을 때의 불이익인가.
주제 3.  Fagor는 무엇의 실패였는가
Fagor의 파산이 협동조합이라는 형태 때문이었는가, 아니면 형태와 무관한 경영 판단의 문제였는가. 구조조정 지연이 조합원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었다면, 그것은 이 형태의 구조적 약점인가.
주제 4.  준거모델 의존의 위험
협동조합을 논할 때 몬드라곤이 거의 항상 인용된다. 이 준거모델 의존이 만드는 문제는 무엇인가. 자국 진단이 몬드라곤과의 격차 목록이 되어 버리는 현상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PBL 문제해결 과제
과제 — 몬드라곤 구조의 자국 이전 설계
상황: 자국에 몬드라곤형 체계를 만든다고 하자. 예산과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네 축(은행 · 사회보장 · 대학 · 재분배 규칙)을 동시에 만들 수는 없다.
요구 산출물: (1) 네 축의 구축 순서와 그 이유, (2) 첫 번째로 만들 축에 대해 필요한 법 · 자금 · 인력의 추정과 근거, (3) 자국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 가운데 각 축을 대신할 수 있는 것 — 기존 금융기관, 대학, 공제조직, 사회보험 — 의 목록과 접속 방법, (4) 3강 표 3-3의 네 층위에 이 계획을 배치하고 각 층에서 예상되는 소요 기간, (5) 이 계획이 실패할 가장 그럴듯한 경로 두 가지와 그것을 조기에 감지할 지표.
분량과 형식: A4 4쪽 이내. 조별 작성 후 30분 발표 및 교차 질의. 평가는 계획의 야심이 아니라 자원 제약을 정직하게 반영했는지로 한다.
실습 — 재배치의 비용 계산
Fagor 파산 시 몬드라곤은 조합원을 다른 조합으로 재배치했고, 일반 기업집단이었다면 정리해고했을 것이다. 두 시나리오의 비용을 항목별로 나누어 추정한다. ① 조직이 부담하는 비용 — 재배치 교육, 이동 지원, 잉여 인력 유지. ②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 — 직무 변경, 거주지 이동, 임금 변화. ③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 — 실업급여, 숙련 상실, 지역 경제 위축. 정리해고 시나리오에서 ①이 줄고 ③이 늘어나는 구조를 확인한 뒤, 당신 나라에서 이 비용들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한 문단으로 적는다.
핵심 개념
몬드라곤 10대 원칙  ·  임금연대 wage solidarity  ·  조합 간 협동 inter-cooperation  ·  잉여 재분배 surplus redistribution  ·  재배치 relocation  ·  협동조합 은행 cooperative bank  ·  자체 사회보장 mutual social protection  ·  국제화와 퇴화 internationalization and degeneration
더 읽을거리
•
Whyte, W. F. and K. K. Whyte (1991), Making Mondragon, ILR Press. — 사례 서술의 표준 문헌.
•
Arando, S. et al., “Assessing Mondragon: Stability and Managed Change in the Face of Globalization,” 관련 논문. — 국제화 국면의 분석.
•
Errasti, A. et al. (2003), “The Internationalisation of Cooperatives: The Case of the Mondragon Cooperative Corporation,” Annals of Public and Cooperative Economics 74(4). — 10.5절의 근거.
•
몬드라곤 10대 협동조합 원칙 원문. — 임금연대 · 조합 간 협동 조항을 원문으로 확인할 것.
•
Flecha, R. and P. Ngai (2014), “The Challenge for Mondragon: Searching for the Cooperative Values in Times of Internationalization,” Organization 21(5). — Fagor 이후의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