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만든 협동조합은 왜 결국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은가.
들어가며
3부는 유형별로 들어간다. 이 장은 두 유형을 한꺼번에 다루는데, 그것이 우연이 아니다. 소비자협동조합과 생산자협동조합은 거래의 양쪽 끝에 서 있고, 같은 시장에서 정반대의 이해를 갖는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한쪽은 이익이고 다른 쪽은 손해다. 두 유형을 나란히 놓아야 「협동조합의 이익」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공허한지가 드러난다.
그리고 이 장에는 3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 하나가 들어 있다. 쿡(Cook)의 생애주기 모형은 성공한 생산자협동조합이 왜 결국 해산하거나 주식회사로 전환하는지를 다섯 가지 재산권 문제로 설명한다. 이 다섯은 협동조합 전반에 적용되므로 3부와 4부 내내 쓰이게 된다.
7.1 소비자협동조합 — 로치데일의 직계
[도식 7-1] 소비자협동조합의 지형
소비자협동조합은 구매력을 결집해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한다. 가격(대량 구매로 단가 인하), 품질(조합이 직접 검사·표시), 정보(성분과 원산지를 조합원에게 공개)다. 2강에서 본 로치데일의 세 개의 벽이 그대로 대응한다.
규모가 커지면 문제도 커진다. 조합원 수십만 명의 조직에서 1인 1표는 4강에서 본 네 경로로 형해화되고, 일반 유통업과의 경쟁은 6강에서 본 동형화 압력을 만든다. 영국 Co-op Group이 2010년대에 겪은 지배구조 위기는 이 두 압력이 겹친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7.2 한국 생협의 특수성 — 제휴 모델
한국의 생활협동조합은 유럽 소비자협동조합의 직수입이 아니다. 출발점이 달랐다.
[도식 7-2] 제휴(提携) 구조
한살림(1986), 두레, 아이쿱은 소비자 권익 운동이 아니라 유기농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의 제휴에서 출발했다. 일본의 제휴(테이케이) 모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소비자가 사전에 구매를 약정하고 가격을 함께 정하며 작황 위험을 나누는 구조다.
[표 7-1] 두 계보의 대조
유럽형 소비자협동조합 | 한국 생협 (제휴형) | |
출발 동기 | 가격 · 품질에 대한 소비자 방어 | 유기농 생산자의 판로와 소비자의 안전 먹거리 |
생산자와의 관계 | 일반 공급업체 — 시장 거래 | 제휴 관계 — 사전 약정 · 가격 공동 결정 |
위험 분담 | 조합이 부담하고 소비자에게 전가 | 소비자와 생산자가 나눈다 |
조합원의 정체성 | 소비자 | 소비자이면서 운동 참여자 |
구조적 취약점 | 규모화 시 조합원 통제 약화 | 규모화 시 제휴 관계의 시장화 |
마지막 행이 실무적 논점이다. 제휴 관계는 규모가 작을 때 작동한다. 조합원 수십만 명에 취급 품목 수천 개가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알 수 없고, 제휴는 일반적인 공급계약과 구별되지 않게 된다. 2강 도식 2-5에서 본 「좁은 범위」 조건이 여기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7.3 생산자협동조합과 쿡의 생애주기
생산자협동조합은 농민·어민·수공업자가 판매·가공·구매를 함께 하는 조직이다. 출발 동기는 교섭력이다. 개별 농가는 대형 유통업체나 가공업체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조직이 성공한 다음에 생긴다.
[도식 7-3] 쿡의 생애주기 다섯 단계
[도식 7-4] 다섯 가지 재산권 문제
[표 7-2] 다섯 문제의 진단
재산권 문제 | 무엇인가 | 언제 심각해지는가 | 관찰 지표 |
무임승차 | 신규 조합원이 기존 조합원이 쌓은 자산의 혜택을 그대로 받는다 | 적립금이 커지고 신규 가입이 늘 때 | 1인당 적립금 · 신규 가입자 비율 |
기간 문제 | 장기 투자의 수익을 은퇴 전에 회수하지 못한다 | 조합원 평균 연령이 높을 때 | 조합원 연령 분포 · 장기 투자 안건 부결률 |
포트폴리오 | 위험선호에 맞게 투자 비중을 조정할 수 없다 | 조합이 위험한 신사업에 진출할 때 | 신사업 안건의 찬반 분포 |
통제 문제 | 경영진을 감시할 유인과 정보가 부족하다 | 조직이 커지고 전문경영이 들어올 때 | 총회 참석률 · 이사회 원안 가결률 |
영향비용 | 집단 간 자원 배분 다툼에 조직 자원이 소모된다 | 조합원 구성이 이질적일 때 | 지역별 · 규모별 갈등 안건의 빈도 |
자료: Cook(1995), American Journal of Agricultural Economics 77의 분류를 강의용으로 재구성했다.
다섯 문제가 축적되면 조합은 분기점에 도달한다. 쿡의 관찰에 따르면 선택지는 셋이다 — 해산, 재구조화(자본 구조와 조합원 규칙의 재설계), 그리고 투자자소유기업으로의 전환이다. 아일랜드·뉴질랜드·미국의 여러 대형 농식품 협동조합이 세 번째를 택했다.
전환은 실패인가
조합이 주식회사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조합원 농가가 지분을 받고 자본이득을 실현했다면 그들에게는 성공적 출구였을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세대에 있다. 전환으로 이익을 본 것은 전환 시점의 조합원이고, 이후 세대의 농가는 다시 교섭력이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 6강에서 본 자산잠금은 정확히 이 문제를 막기 위한 장치다.
7.4 한국 농협 — 위에서 만들어진 협동조합
한국 농협은 라이파이젠 계보와 다른 경로로 만들어졌다. 1961년 정부 주도로 농업은행과 구 농협을 통합해 종합농협 체계가 만들어졌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함께 수행하다가 2012년 금융지주를 분리했다.
[표 7-3] 두 경로의 대조
라이파이젠 계보 | 한국 농협 | |
형성 | 마을 단위 자조 조직의 자생적 결성 | 1961년 정부 주도 통합 · 종합농협 체계 |
범위 | 1개 마을 · 교구 | 읍면 단위 이상 · 전국 조직 |
사업 구조 | 신용사업 중심 | 신용 · 경제 · 지도사업의 겸영 (2012년 지주 분리) |
조합원 통제 | 소규모 · 직접 참여 | 대규모 · 대의원제 |
성격 | 자조 조직 | 준공공기관적 성격을 함께 가짐 |
이 대조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농협은 농촌 금융과 농산물 유통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해 왔다. 다만 3강에서 세운 질문 — 「누가 주도했는가」 — 에 대한 답이 다르므로 거버넌스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성격도 다르다. 12주차에서 한국의 이중구조로 다시 다룬다.
7.5 조합원 이질성 — 누가 먼저 이탈하는가
[도식 7-5] 출하량과 의결권의 괴리
출하액의 절반을 대는 대농 5명이 의결권의 5%만 갖는 구조를 생각해 보자. 조합이 소농에게 유리한 결정 — 예를 들어 소량 출하에 대한 수수료 인하 — 을 내리면 대농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통제권은 갖지 못한다. 대농은 이탈해 직거래나 다른 유통 경로를 찾는다.
그런데 대농이 이탈하면 조합의 물량이 절반으로 줄고, 물량이 줄면 교섭력이 떨어지며, 교섭력이 떨어지면 소농에게 줄 수 있는 가격도 나빠진다. 소농을 위한 결정이 소농에게 손해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것이 조합원 이질성 문제의 전형적 형태이며,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이 처음부터 대농을 배제하고 소농만으로 조직을 구성한 것은 이 문제를 설계 단계에서 차단한 사례로 읽을 수 있다.
핵심 정리
1.
소비자협동조합과 생산자협동조합은 같은 시장에서 정반대의 이해를 갖는다. 「협동조합의 이익」이라는 표현은 어느 유형을 말하는지 밝히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2.
한국 생협은 소비자 권익운동이 아니라 유기농 생산자-소비자 제휴에서 출발했다. 제휴는 규모가 작을 때 작동하며, 규모화되면 일반 공급계약과 구별되지 않게 된다.
3.
쿡의 생애주기 모형에 따르면 생산자협동조합은 성공한 뒤 다섯 가지 재산권 문제가 축적되어 해산 · 재구조화 · 투자자소유기업 전환의 분기점에 도달한다.
4.
전환이 실패인지 여부는 세대의 문제다. 전환 시점의 조합원에게는 출구가 되지만 다음 세대는 다시 교섭력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
5.
한국 농협은 1961년 정부 주도로 형성된 종합농협 체계다. 자생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 거버넌스 문제의 성격을 다르게 만든다.
생각해볼 문제
1.
조합원이 30만 명인 소비자협동조합에서 민주적 통제는 어떻게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다면 그것은 여전히 협동조합인가.
2.
생산자협동조합이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실패인가, 자연스러운 진화인가. 판단 기준을 세대 · 교섭력 · 조합원 후생 가운데 무엇에 둘 것인가.
3.
당신의 나라 농업 부문에서 소농과 대농의 이해는 어떻게 다른가. 하나의 조직에 담을 수 있는가. 담을 수 없다면 무엇으로 나눌 것인가.
4.
표 7-2의 다섯 문제 가운데 당신 나라의 조직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무엇인가. 그 판단의 근거가 될 지표를 하나 제시하라.
5.
제휴 모델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아는 것을 전제한다. 온라인 주문과 물류 자동화가 진행되면 이 전제는 어떻게 되는가. 대체할 장치가 있는가.
6.
완주 로컬푸드가 대농을 배제한 것은 배타적 폐쇄인가, 필요한 설계인가. 5강 오스트롬의 ① 명확한 경계 원리와 연결해 답하라.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소비자와 생산자를 한 조직에 담을 수 있는가
제휴형 생협은 두 이해를 한 조직에 담으려는 시도다.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는 이익, 소비자는 손해다. 이 충돌은 어떻게 조정되는가. 다중이해관계자 구조가 답이 되는가, 아니면 갈등을 감추는 장치가 되는가.
주제 2. 규모화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유통은 규모의 경제가 강한 산업이다.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가격 경쟁에서 지고, 키우면 조합원 통제가 무너진다. 이 딜레마에 대한 답으로 11주차에서 다룰 이탈리아의 컨소시엄 모델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주제 3. 전환을 막아야 하는가
정부가 생산자협동조합의 주식회사 전환을 법으로 제한해야 하는가. 제한한다면 조합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제한하지 않으면 공적 지원으로 쌓은 자산이 사유화된다.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
주제 4. 정부 주도 농협의 유산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조직은 빠르게 전국망을 갖추고 실질적 기능을 수행했다. 동시에 조합원 주도성은 약했다. 60년이 지난 지금, 이 유산은 자산인가 부채인가. 당신 나라에 협동조합을 도입한다면 같은 선택을 하겠는가.
PBL 문제해결 과제
과제 — 자국 주요 농산물 생산자협동조합 설계
상황: 자국의 주요 농산물 하나를 고른다. 그 품목의 생산자는 규모가 크게 갈리고, 현재는 중간상인을 통해 개별적으로 출하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새로 설계한다.
요구 산출물: (1) 조합원 자격 — 규모 상한 · 하한을 둘 것인지와 그 이유, (2) 출하 의무 — 전량 출하인가 부분 출하인가, 위반 시 제재, (3) 가격 결정 방식 — 사전 확정가 · 정산가 · 시장가 연동 중 무엇이며 위험은 누가 지는가, (4) 잉여 배분 — 이용고배당과 적립의 비율, 적립금의 성격, (5) 표 7-2의 다섯 문제 각각에 대해 이 설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와 남는 취약점, (6) 이 조합이 20년 뒤 주식회사로 전환하려 할 때 그것을 막을(또는 허용할) 조항.
분량과 형식: A4 4쪽 이내. 조별 작성 후 30분 발표 및 교차 질의.
실습 — 완주 로컬푸드 역설계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은 대농을 배제하고 소농만 참여시켰다. 이 설계에 대해 다음을 순서대로 답한다. ① 왜 이런 설계를 했다고 추정되는가 — 표 7-2의 다섯 문제 가운데 무엇을 겨냥한 것인가. ② 이 배타성이 없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겠는가 — 구체적 경로를 서술하라. ③ 이 설계가 치르는 비용은 무엇인가 — 규모, 품목 다양성, 정치적 정당성 측면에서. ④ 당신 나라의 유사 사업에 이 설계를 적용한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핵심 개념 | 구매력 결집 buying power · 제휴 提携 teikei · 생애주기 모형 life-cycle model · 무임승차 free-rider problem · 기간 문제 horizon problem · 포트폴리오 문제 portfolio problem · 영향비용 influence cost · 종합농협 multipurpose cooperative · 출하 의무 delivery obligation |
더 읽을거리
•
Cook, M. (1995), “The Future of U.S. Agricultural Cooperatives: A Neo-Institutional Approach,” American Journal of Agricultural Economics 77. — 7.3절의 원전.
•
Chaddad, F. and M. Cook (2004), “Understanding New Cooperative Models: An Ownership-Control Rights Typology,” Review of Agricultural Economics 26(3). — 재구조화 유형의 정리.
•
Iliopoulos, C. and G. Hendrikse (2009), 협동조합 재산권 문제 관련 논문. — 다섯 문제의 실증적 검토.
•
Birchall, J. (1994), Co-op: The People's Business. — 영국 소비자협동조합의 역사와 지배구조 문제.
•
김형미 외 (2012), 『한국 생활협동조합운동의 기원과 전개』, 푸른나무. — 7.2절의 국내 자료(서지 확인 후 사용).
•
윤상용 · 강만수 (2018), 「서울시 생활밀접업종 선정방식에 관한 연구」, 한국지역경제연구 41. —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 관련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