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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

8. 노동자·사회적협동조합

노동이 자본을 고용한다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고 왜 드문가.
들어가며
노동자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가운데 가장 오래 논쟁된 형태다. 소유와 노동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가장 급진적인데, 현실에서는 가장 드물다. 이 간극 자체가 이 장의 주제다.
후반부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넘어간다. 이탈리아 1991년 법률 381호가 만든 이 형태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라는 협동조합의 전통적 정의를 넘어선다. 노동자·이용자·자원봉사자·후원자·공공기관이 함께 조합원이 되는 다중이해관계자 구조가 그 장치다. 이것이 이후 유럽 사회적기업 논의와 한국 사회적협동조합 제도의 원형이 되었다.
8.1  일리리아 기업과 그 반증
워드(Ward, 1958)는 노동자가 소유한 기업이 이윤이 아니라 조합원 1인당 소득을 극대화한다고 가정했다. 이 가정에서 기묘한 결론이 나온다 — 제품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고용을 줄인다. 인원을 늘리면 늘어난 수익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도식 8-1]  역설적 예측과 그 반증
이 예측은 오랫동안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회의론의 근거로 쓰였다. 그러나 크레이그와 펜커벨(Craig & Pencavel, 1992)이 미국 태평양 북서부 합판 협동조합을 분석한 결과를 비롯해 여러 실증연구가 이 예측을 지지하지 않았다. 실제 노동자협동조합은 가격이 오르면 고용을 늘리거나 유지했다.
실증이 일관되게 보여 준 것은 다른 사실이다.
[도식 8-2]  충격이 오면 무엇을 조정하는가
[표 8-1]  조정 방식의 차이
일반 기업
노동자협동조합
충격 시 조정 변수
고용 (해고 · 신규채용 중단)
임금 (일시적 삭감 · 배분 유예)
조정의 정치적 비용
낮다 — 해고된 사람은 의사결정에 없다
높다 — 삭감 대상이 곧 의결권자다
결과
고용 변동성이 크다
임금 변동성이 크고 고용은 안정적이다
사회적 함의
실업 비용이 사회로 이전된다
조정 비용이 조직 내부에서 흡수된다
취약점
숙련의 상실 · 재고용 비용
장기 침체 시 조합원 이탈 · 임금 하방 한계
이 차이는 도덕적 우월성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의 귀결이다. 해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과 해고당하는 사람이 같으면 해고는 선택되지 않는다. 1강에서 말한 「소유구조가 나머지를 결정한다」는 명제의 가장 선명한 사례다.
8.2  왜 드문가
[도식 8-3]  두 개의 구조적 제약
첫째는 자본조달이다. 1강에서 본 문제가 여기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난다. 노동자협동조합에 자본을 대는 외부 투자자는 통제권을 갖지 못하고, 이용고배당의 대상도 아니다. 노동자 자신이 출자해야 하는데, 노동자는 대체로 자본이 없다. 그리고 개인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자기가 일하는 직장 한 곳에 묶는 것은 표 7-2의 포트폴리오 문제를 극단적 형태로 안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는 퇴화다. 6강에서 본 대로다. 사업이 잘되면 인력이 더 필요한데, 신규 조합원을 받으면 기존 조합원의 1인당 몫이 줄어든다. 그래서 임금노동자를 고용하게 되고, 그 비율이 높아지면 조직은 사실상 주식회사가 된다.
몬드라곤이 두 제약을 넘은 방법
자본조달에 대해서는 협동조합 은행(Laboral Kutxa, 구 Caja Laboral)을 부문 안에 만들었다. 조합의 잉여가 은행으로 모이고 은행이 다시 조합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다. 외부 자본에 통제권을 넘기지 않고 자본을 조달한 것이다.
퇴화에 대해서는 규정으로 눌렀다. 신규 인력은 원칙적으로 조합원이 되어야 하고, 임금 최고-최저 배율에 상한을 두며, 조합 간 잉여를 재분배한다. 10주차에서 이 구조를 상세히 다룬다. 다만 해외 자회사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고, 그것이 몬드라곤의 가장 큰 내부 모순으로 남아 있다.
8.3  사회적협동조합 — 조합원을 넘어서
전통적 협동조합은 조합원 상호이익(mutual interest)을 위한 조직이다. 그런데 돌봄이나 취약계층 고용처럼 사회적 필요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이 정의가 좁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 제공하는 사람, 비용을 대는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도식 8-4]  이탈리아 법률 381/1991
[표 8-2]  A형과 B형
A형
B형
목적
사회 · 보건 · 교육 서비스의 제공
취약계층의 노동 시장 통합
핵심 요건
서비스의 공익성
근로자의 30% 이상이 취약계층
이론적 근거
계약실패 — 이용자가 질을 판단할 수 없다
노동시장 배제 — 생산성 격차의 흡수
조합원 구성
이용자 · 가족 · 노동자 · 자원봉사자
노동자 · 후원자 · 공공기관
전형적 사업
요양 · 장애인 지원 · 보육 · 재활
청소 · 조경 · 급식 · 재활용 · 단순 제조
자료: 이탈리아 법률 381/1991 조문. 취약계층 비율 요건은 조문상의 기준이다.
결정적 특징은 다중이해관계자 구조다. 이해가 다른 여러 집단이 한 조직을 함께 소유한다.
[도식 8-5]  다중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이 구조는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하나 만든다. 해결하는 것은 이해 대표성이다. 이용자만 소유하면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노동자만 소유하면 서비스 질이 이용자 이익보다 뒤로 밀릴 수 있는데, 함께 소유하면 서로를 견제한다. 만드는 것은 결정 규칙 문제다. 이해가 충돌할 때 무엇으로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구조 자체에는 없다.
[표 8-3]  이해 충돌의 결정 규칙
결정 규칙
내용
장점
위험
집단별 의석 배분
이사회 의석을 집단별로 고정
대표성이 보장된다
집단 간 교착 · 거부권 남용
가중의결권
집단별로 다른 표 가중치
핵심 집단의 결정력 확보
1인 1표 원칙의 약화
사안별 협의 절차
충돌 사안을 사전에 유형화해 절차를 규정
예측 가능성
유형화되지 않은 사안에서 무력
목적 우선 조항
정관에 「일반이익 우선」을 명시
판단 기준 제공
해석 여지가 커 분쟁이 남는다
8.4  한국의 사회적협동조합
한국은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에서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함께 도입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인가제이고 비영리법인이며, 주 사업이 공익사업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배당이 금지되고 잔여재산의 귀속이 제한된다 — 6강에서 본 자산잠금이다.
[표 8-4]  두 형태의 제도 비교
일반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신고
인가
법인 성격
영리법인
비영리법인
사업 요건
제한 없음(금융 · 보험 제외)
공익사업이 주 사업
배당
가능(제한 있음)
금지
잔여재산
정관에 따름
유사 목적 조직 · 국고 등으로 귀속
특례
—
조합원 대상 소액대출 · 상호부조 사업 허용
주: 조문의 세부 요건은 개정 이력이 있으므로 현행 법령으로 확인해 사용한다.
마지막 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금융업을 배제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에 한해 조합원 대상 소액대출과 상호부조 사업을 허용했다. 라이파이젠 계보가 한국 제도 안에 좁은 통로로 남아 있는 셈이다. 9주차 금융협동조합 논의와 12주차 이중구조 논의에서 이 조항이 다시 등장한다.
핵심 정리
1.
워드의 일리리아 기업 모형은 가격이 오르면 노동자협동조합이 고용을 줄인다고 예측했으나 실증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2.
실증이 일관되게 보여 준 것은 조정 방식의 차이다. 일반 기업은 고용을 조정하고 노동자협동조합은 임금을 조정한다. 해고를 결정하는 사람과 해고당하는 사람이 같으면 해고는 선택되지 않는다.
3.
노동자협동조합이 드문 이유는 자본조달 제약과 퇴화 압력 둘이다. 몬드라곤은 부문 내 은행 설립과 가입 의무 규정으로 각각에 대응했다.
4.
이탈리아 법률 381/1991의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 상호이익을 넘어 일반이익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다중이해관계자 구조로 이해 대표성을 확보한다.
5.
다중이해관계자 구조는 대표성 문제를 풀고 결정 규칙 문제를 만든다. 충돌 시의 결정 규칙을 정관에 미리 설계하지 않으면 구조 자체는 답을 주지 않는다.
생각해볼 문제
1.
노동자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은 근로자인가 사용자인가.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은 적용되어야 하는가. 당신 나라의 법은 어떻게 다루는가.
2.
다중이해관계자 이사회에서 이용자와 노동자의 이해가 충돌하면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표 8-3의 네 규칙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3.
임금 조정으로 고용을 지키는 것은 언제나 더 나은가. 임금이 생계선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그러한가. 한계는 어디인가.
4.
당신의 나라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이 가능한 업종은 무엇인가. 왜 그 업종인가 — 자본 집약도인가, 숙련의 성격인가, 시장 구조인가.
5.
B형 사회적협동조합의 취약계층 30% 요건은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그 생산성 격차는 누가 메우는가. 공공 조달, 보조금, 소비자의 지불의사 가운데 무엇이 지속 가능한가.
6.
한국 사회적협동조합에 허용된 소액대출 · 상호부조 특례는 왜 사회적협동조합에만 주어졌다고 보는가. 이 조항이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무엇인가.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고용 안정의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노동자협동조합은 충격을 임금으로 흡수해 고용을 지킨다. 즉 조정 비용을 조직 내부의 사람들이 나눠 진다. 일반 기업은 그 비용을 해고된 사람과 사회보장 체계로 이전한다. 사회 전체로 보면 어느 쪽이 효율적인가. 그리고 이 계산에 무엇이 빠져 있는가.
주제 2.  퇴화를 규정으로 막을 수 있는가
가입 의무와 비조합원 고용 상한은 퇴화를 막지만 동시에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제거한다. 계절적 수요 변동이 큰 업종에서 이 규정은 지킬 수 있는가. 예외를 허용하면 규정은 무력해지는가.
주제 3.  다중이해관계자는 민주주의의 확장인가 희석인가
여러 집단이 함께 소유하면 대표성은 넓어지지만 1인 1표의 의미는 흐려진다. 특히 공공기관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면 ICA 제4원칙(자율과 독립)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어디까지가 확장이고 어디부터가 희석인가.
주제 4.  취약계층 고용형은 기업인가 복지사업인가
B형 사회적협동조합은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취약계층 고용 요건을 지켜야 한다. 이것을 기업으로 평가하면 늘 열등하고, 복지사업으로 평가하면 시장 규율이 사라진다. 어떤 평가 체계가 적절한가. 지표를 세 개 설계하라.
PBL 문제해결 과제
과제 — 취약계층 고용 통합형 협동조합 설계
상황: 자국에서 B형과 유사한 조직을 설립한다. 취약계층 비중 30% 이상을 유지하면서 보조금 의존도를 매출의 30%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요구 산출물: (1) 업종 선택과 그 근거 — 왜 그 업종이 생산성 격차를 흡수할 수 있는가, (2) 생산성 격차의 크기 추정과 그것을 메우는 방법(공공 조달 · 가격 프리미엄 · 직무 재설계 · 보조금)의 배합, (3) 조합원 구성과 이사회 의석 배분, 충돌 시 결정 규칙, (4) 취약계층 근로자가 숙련을 쌓아 일반 노동시장으로 이동할 때 조직이 겪는 문제와 그 대응, (5) 3년 뒤 성과를 평가할 지표 다섯 개 — 재무 · 고용 · 이행 · 근로조건 · 거버넌스 각 1개.
분량과 형식: A4 4쪽 이내. 조별 작성 후 30분 발표 및 교차 질의.
실습 — 쿱택시 사례 분석
한국의 쿱택시는 사납금제 회사에서 완전월급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사례다. 다음 순서로 분석한다. ① 기사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 소득 구조, 위험 부담, 노동시간 측면에서. ② 회사(조합)에는 무엇이 달라지는가 — 수입 구조, 차량 가동률, 관리 비용 측면에서. ③ 이 모델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 세우고 각각을 검증할 방법을 제시하라. ④ 당신 나라에서 유사한 전환이 가능한 업종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적는다.
핵심 개념
일리리아 기업 Illyrian firm  ·  노동자 자주관리 workers' self-management  ·  퇴화 degeneration  ·  다중이해관계자 multi-stakeholder governance  ·  상호이익 mutual interest  ·  일반이익 general interest  ·  노동 통합형 사회적기업 WISE  ·  인가제 accreditation  ·  자산잠금 asset lock
더 읽을거리
•
Ward, B. (1958), “The Firm in Illyria: Market Syndicalism,” American Economic Review 48(4). — 8.1절의 원전.
•
Craig, B. and J. Pencavel (1992), “The Behavior of Worker Cooperatives: The Plywood Companies of the Pacific Northwest,” American Economic Review 82(5). — 반증의 대표 연구.
•
Pencavel, J. (2001), Worker Participation: Lessons from the Worker Co-ops of the Pacific Northwest. — 실증 결과의 종합.
•
Borzaga, C. and J. Defourny (eds.) (2001), The Emergence of Social Enterprise, Routledge, 이탈리아 장. — 8.3절의 근거.
•
이탈리아 법률 381/1991 사회적협동조합법 조문. — A형 · B형 요건의 원문.
•
협동조합기본법 및 시행령(사회적협동조합 관련 조문). — 8.4절의 근거. 현행 법령으로 확인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