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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

15. 종합: 무엇이 이전 가능한가

제도를 옮길 때 옮겨지는 것은 원리인가 수단인가. 그리고 이 강의에서 배운 것 중 폐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들어가며
마지막 장은 새로운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열네 장을 하나의 구분으로 다시 읽는다. 원리와 수단의 구분이다. 이 구분이 서면 「어느 나라 모델이 옳은가」라는 소모적인 질문에서 「이 원리를 우리 조건에서 실현할 수단은 무엇인가」라는 설계 가능한 질문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장은 마지막 경고를 하나 한다. 준거모델 의존의 위험이다. 몬드라곤·볼로냐·퀘벡·한국 넷을 함께 놓은 것은 균형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방법론적 선택이었다. 하나를 규범으로 삼으면 자국 진단이 그 모델과의 격차 목록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15.1  원리와 수단
[도식 15-1]  학기 전체를 다시 읽는 구분
로치데일의 이용고배당은 수단이다. 원리는 「자본이 아니라 거래에 보상한다」이다. 라이파이젠의 무한책임도 수단이다. 원리는 「담보 대신 관계로 위험을 관리한다」이다. 수단은 그 시대의 법과 관습 아래에서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므로 다른 시대와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표 15-1]  수단과 원리의 대조
수단 (그 시대의 장치)
원리 (유지되어야 할 것)
오늘 다른 수단이 있는가
2강
현금 거래
부실이 누적되지 않게 한다
○ 신용정보 · 여신 한도 관리
2강
무한책임
담보 대신 관계로 위험을 관리한다
○ 연대보증 그룹 · 관계형금융 · 대안 신용평가
2강
좁은 지역 범위
감시 비용이 들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 플랫폼 기록 — 다만 소유 문제가 남는다(14강)
4강
독일 의무감사제
외부 규율의 공백을 부문 스스로 메운다
○ 연합회 감사 · 상호평가 · 공시 의무
6강
자산잠금
축적을 현재 세대가 나눠 갖지 못하게 한다
○ 잔여재산 귀속 조항 · 재판매 공식
11강
발전기금 의무 출연
부문이 스스로 재생산 재원을 만든다
△ 연합회 회비 · 공동기금 — 법적 근거가 필요
왜 이 구분이 실무적으로 중요한가
「로치데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시대가 달라졌으니 원칙은 의미 없다」는 주장은 같은 실수를 반대 방향에서 하는 것이다. 둘 다 수단과 원리를 구별하지 않았다.
제안서를 쓸 때 이 구분은 이렇게 쓰인다. 먼저 「이 사업이 실현하려는 원리는 무엇인가」를 한 문장으로 적고, 그다음 「그 원리를 이 나라 조건에서 실현할 수단은 무엇인가」를 적는다. 원조 사업이 실패하는 흔한 이유는 다른 나라의 수단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원리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15.2  학기의 명제들
[도식 15-2]  다섯 부의 핵심 명제
1부의 명제는 둘이었다. 협동조합을 가르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소유구조라는 것, 그리고 이식에 성공한 곳에서 옮겨진 것은 조직이 아니라 교육기관이었다는 것이다.
2부는 그 소유가 저절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다. 이용자 소유는 통제되지 않으면 형식만 남고, 조직은 효율이 아니라 정당성을 얻으려 서로 닮아간다. 3부는 유형별로 그 압력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했고, 4부는 그 압력에 대응한 네 개의 실제 배치를 검토했다. 5부는 국제 규범과 기술 변화라는 새로운 층을 얹었다.
15.3  이전 가능성의 네 층위
[도식 15-3]  무엇을 옮길 것인가
3강에서 세운 네 층위를 다시 놓는다. 조직 형태는 가장 쉽고 가장 효과가 짧다. 법 제도는 그다음이다. 교육과 인력양성 체계는 어렵고 오래간다. 문화와 규범은 직접 옮길 수 없다.
대부분의 개발협력이 첫 두 층에 머무는 이유는 3년짜리 사업의 성과 지표 때문이다. 12강에서 본 한국의 경험 — 20년 안에 법과 지원체계를 갖췄으나 축적이 따라오지 않은 것 — 이 이 문제를 국가 규모에서 보여 준다.
[표 15-2]  층위별 성과 지표의 재설계
층위
사업 기간 안에 할 수 있는 것
사업 종료 후 남는 것
성과 지표의 설계
조직 형태
조합 설립 · 등기 · 초기 운영
사업 종료 후 3년 내 상당수 휴폐업
설립 수 대신 3년 생존율 · 활동 실적
법 제도
법안 초안 · 시행령 정비
제정되어도 집행 없이 남을 수 있다
제정 여부 대신 등록 건수 · 제재 실행 건수
교육 · 인력양성
교육과정 개설 · 강사 양성 · 1~2기 배출
졸업생이 계속 조직을 만든다
이수자 수 대신 이수자가 만든 조직 · 재직 위치
문화 · 규범
직접 개입 불가
앞의 세 층이 오래 작동하면 부수적으로 형성
인식 조사 · 참여율의 장기 추세
15.4  준거모델 의존의 위험
[도식 15-4]  네 사례를 함께 놓는 이유
하나의 성공 사례를 규범으로 삼으면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 첫째, 진단이 그 모델과의 격차 목록이 된다 — 「우리에게는 협동조합 은행이 없다, 대학이 없다, 발전기금이 없다」. 이 목록은 사실이지만 아무 방향도 주지 않는다. 둘째, 그 모델이 성립한 조건이 함께 검토되지 않는다. 몬드라곤은 바스크 지역의 특수한 문화적·정치적 조건 위에서 만들어졌고, 에밀리아로마냐는 100년 이상의 축적을 가졌다.
네 사례를 함께 놓으면 다른 질문이 가능해진다. 이 넷은 각각 다른 좌표에 있다 — 부문의 자기 재생산 역량과 현장의 정책 주도성이라는 두 축에서. 그렇다면 자국은 어느 좌표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한 칸 움직일 수 있는가. 이것이 「어느 모델을 따를 것인가」보다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15.5  최종 발표 — 무엇을 평가하는가
[도식 15-5]  발표의 구성
최종 발표는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현황 진단, 핵심 병목의 식별, 개입의 설계, 실패 조건의 명시, 그리고 실패를 확인할 지표다.
평가의 무게는 뒤의 두 부분에 있다. 앞의 세 부분은 자료를 모으고 논리를 세우면 채울 수 있지만, 「내 계획이 실패한다면 어떤 조건에서인가」와 「그 실패를 어떻게 알아차릴 것인가」는 자기 계획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어야 쓸 수 있다. 그리고 실무에서 이 두 가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표 15-3]  평가 기준
구성
요구 사항
흔한 실수
평가 비중
① 현황 진단
13강 OECD 아홉 항목 진단표 · 근거 명시
자료 없이 인상으로 채운다
20%
② 핵심 병목
아홉 항목 중 하나를 고르고 그것이 병목인 근거
여러 개를 나열해 우선순위를 피한다
20%
③ 개입 설계
3년 내 실행 가능한 개입 하나 · 주체 · 재원 · 절차
실행 주체와 재원이 비어 있다
20%
④ 실패 조건
그 개입이 실패할 조건 두 가지 이상
「예산이 부족하면」처럼 일반적으로 쓴다
20%
⑤ 확인 지표
실패를 조기에 감지할 관찰 가능한 지표
성과 지표와 실패 지표를 구별하지 않는다
20%
주: 사례의 정확성보다 진단의 논리, 그리고 실패 조건을 스스로 명시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15.6  마지막 질문
이 강의는 세 개의 질문으로 끝난다. 첫째, 이 강의에서 배운 것 중 당신의 나라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적용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아는 것보다 어렵고 중요하다.
둘째, 당신 나라에 이미 존재하는 협동 · 상호부조 전통은 무엇인가. 이 강의는 유럽과 북미와 한국의 사례를 다뤘지만, 어느 사회에나 호혜의 제도화된 형태가 있다. 그것을 공식 제도로 옮기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5강의 총유와 어촌계가 보여 주듯, 공식화는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관행의 유연성을 제거한다.
셋째,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면 조직 설립 · 법 제정 · 교육기관 설립 중 무엇에 먼저 쓰겠는가. 이 강의는 세 번째를 반복해서 시사했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교육기관은 10년 이상이 걸리고, 그동안의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각자의 조건에서 다른 답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의 근거와 그것이 치를 대가를 스스로 명시하는 것이다.
핵심 정리
1.
수단은 맥락에 따라 바꾸고 원리는 유지한다. 「원칙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와 「시대가 달라졌으니 원칙은 무의미하다」는 같은 실수의 두 방향이다.
2.
학기의 명제는 다섯이다 — 소유구조가 나머지를 결정한다 · 옮겨진 것은 교육기관이었다 · 이용자 소유는 통제되지 않으면 형식만 남는다 · 조직이 아니라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 빠른 제도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3.
이전 가능성에는 네 층위가 있고 옮기기 쉬운 층일수록 효과가 짧다. 성과 지표를 층위에 맞게 재설계하지 않으면 사업은 계속 첫 두 층에 머문다.
4.
하나의 성공 사례를 규범으로 삼으면 진단이 격차 목록이 된다. 네 사례를 좌표 위에 놓고 자국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묻는 것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5.
실무에서 가장 드문 능력은 자기 계획이 실패할 조건을 스스로 명시하는 것이다. 최종 발표 평가의 무게가 거기에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이 강의에서 배운 것 중 당신의 나라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왜 적용할 수 없는가 — 법 때문인가, 자원 때문인가, 사회 구조 때문인가.
2.
당신 나라에 이미 존재하는 협동 · 상호부조 전통은 무엇인가. 그것을 제도화하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3.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면 조직 설립 · 법 제정 · 교육기관 설립 중 무엇에 먼저 쓰겠는가. 그 선택이 3년 뒤와 15년 뒤에 각각 어떤 결과를 낳겠는가.
4.
표 15-1의 형식으로 이 강의에서 다룬 다른 장치 하나를 골라 수단과 원리를 갈라 보라. 그리고 자국에서 그 원리를 실현할 다른 수단을 하나 제시하라.
5.
도식 15-4의 두 축 위에 당신의 나라를 놓아 보라. 어느 사분면인가. 한 칸 움직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6.
이 강의가 반복해서 교육기관을 강조한 것에 대해 반론을 세워 보라. 교육 없이도 작동한 사례가 있는가.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원리는 정말 보편적인가
이 강의는 수단은 바뀌어도 원리는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용자가 소유한다」는 원리 자체가 특정 사회의 개인·소유 관념을 전제하는 것은 아닌가. 공동체 소유의 관념이 다른 사회에서 이 원리는 어떻게 번역되어야 하는가.
주제 2.  실패 조건을 명시하는 것이 왜 어려운가
제안서에 실패 조건을 쓰면 심사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강의가 요구하는 태도는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가. 공여기관의 평가 체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이것이 가능해지는가.
주제 3.  교육기관 우선 전략의 정치적 조건
교육기관은 10년 이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과 공여기관이 그 기간을 기다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이 전략을 실행하려면 어떤 정치적 조건이 필요한가. 3강의 안티고니시와 한국에서는 그 조건이 무엇이었는가.
주제 4.  이 강의가 놓친 것
이 강의는 유럽 · 북미 · 한국 사례에 편중되어 있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와 남아시아의 경험은 제한적으로만 다뤘다. 이 편중이 결론을 어떻게 왜곡했을 수 있는가. 각자의 지역 경험에서 이 강의의 명제를 반박할 사례를 하나씩 가져와 검토하라.
최종 발표 과제
과제 — 자국 SSE 발전 전략
형식: 15분 발표 + 10분 질의. 개인 발표를 원칙으로 하되 같은 국가 출신이 여럿이면 공동 발표를 허용한다.
구성: (1) 현황 진단 — 13주차에 작성한 OECD 아홉 항목 진단표를 기초로 하되, 학기 중 작성한 워크시트(1주차 조직 지형도, 2주차 상호부조 해부, 3주차 이식 이력, 5주차 커먼즈 진단, 12주차 이중구조 진단표)를 근거로 보강한다. (2) 핵심 병목 하나의 식별과 그것이 병목인 근거. (3) 3년 내 실행 가능한 개입 하나의 설계 — 주체 · 재원 · 절차 · 법적 근거를 포함할 것. (4) 그 개입이 실패할 수 있는 조건 두 가지 이상. (5) 실패를 조기에 확인할 관찰 가능한 지표.
평가 기준: 표 15-3에 따른다. 사례의 정확성보다 진단의 논리, 그리고 실패 조건을 스스로 명시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야심 찬 계획보다 자원 제약을 정직하게 반영한 계획이 높게 평가된다.
실습 — 학기 워크시트 통합
학기 중 작성한 워크시트들을 하나의 문서로 통합한다. 1주차 자국 조직 지형도, 2주차 전통적 상호부조 해부, 3주차 이식 이력 조사, 5주차 커먼즈 진단, 6주차 제도 3층 진단, 11주차 협의 기구 등급 진단, 12주차 이중구조 진단표, 13주차 OECD 아홉 항목 진단표. 통합하면서 서로 모순되는 판단이 있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3주차에 「관 주도로 형성되었다」고 적은 조직을 13주차에 「제도적 틀이 작동 중」으로 채점했다면, 둘 중 하나는 재검토해야 한다. 이 통합 문서가 최종 발표의 부록이 되며, 귀국 후 실무에서 쓸 수 있는 자국 자료집이 된다.
핵심 개념
원리와 수단 principles and means  ·  이전 가능성 transferability  ·  준거모델 의존 reference-model dependence  ·  실패 조건 failure conditions  ·  조기 경보 지표 early warning indicators  ·  제도의 세 층  ·  네 층위의 이전 가능성  ·  공동구성 co-construction  ·  자산잠금 asset lock
더 읽을거리
•
전체 강의 노트의 재검토 — 특히 각 장의 「핵심 정리」와 「핵심 개념」 박스.
•
13주차에 작성한 자국 진단표 및 학기 중 워크시트 전체.
•
각자 선택한 자국 관련 문헌 1편 — 최종 발표의 근거 자료로 인용할 것.
•
Rodrik, D. (2007), One Economics, Many Recipes, Princeton University Press. — 제도 이전과 맥락 적합성에 관한 표준 문헌.
•
Andrews, M., L. Pritchett and M. Woolcock (2017), Building State Capability, Oxford University Press. — 「형식만 갖춘 제도(isomorphic mimicry)」 개념. 6강 동형화 논의의 개발정책 판본.
•
Ostrom, E. (2010), “Beyond Markets and States,” American Economic Review 100(3). — 다중심 거버넌스의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