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무엇을 성과라 부를 것인가
영리기업은 이익 하나로 성과를 말할 수 있지만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그럴 수 없다. 목적이 복수이기 때문이다. 성과는 네 차원으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경제적 성과는 매출·고용 인원·생존율·자립도로, 측정이 쉽고 비교가 가능하지만 이것만 보면 영리기업과 구별되지 않는다. 사회적 성과는 취약계층 고용 비율, 서비스 접근성 개선, 지역 내 자금 순환으로, 조직의 존재 이유에 가장 가깝지만 측정과 귀속이 가장 어렵다. 환경적 성과는 온실가스와 자원순환으로, 기후 의제와 결합하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적 성과는 총회 참석률과 의사결정 참여, 정보 공개 수준으로, 사회연대경제만의 고유 차원이지만 거의 측정되지 않는다.
문제는 실무에서 대부분의 정부 평가가 첫 번째 차원과 두 번째 차원의 일부(고용 인원)만 측정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고용을 많이 한 조직”이 좋은 조직으로 평가되고, 민주적 지배구조가 형해화된 조직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측정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는 것은 사라진다.
4.2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할 것인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은 사회적투자수익률(SROI)이다.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투입 대비 비율로 나타내므로 직관적이고 재원 확보를 설득하는 데 강하다. 그러나 세 가지 자의성이 개입한다.
첫째, 대리지표의 선택이다. “자존감 향상”을 무엇으로 잴 것인가. 대리지표 선택이 결과를 좌우한다. 둘째, 화폐화 계수다. 1인의 취업을 얼마로 환산할 것인가. 계수의 근거가 취약하면 결과 전체가 취약해진다. 셋째, 귀속(attribution) 이다. 관찰된 변화 중 그 사업의 몫은 얼마인가. 개입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부분(자연발생분)과 다른 데서 옮겨온 부분(대체효과)을 차감하지 않으면 과대추정이 된다.
따라서 이 세 가지가 명시되지 않은 SROI 수치는 비교나 정책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은 평가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체계에 관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학계와 공공기관은 이해관계자 상생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반면 현업 담당자는 수익성·생산성과 경영윤리를 중시하는 인식 차이가 확인되었다. 따라서 평가체계는 하나의 고정된 가중치가 아니라, 평가 주체와 목적에 따라 가중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학술 쟁점 11】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해야 하는가
논점 — SROI처럼 사회적 성과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는 방식이 타당한가.
입장 A (실용적 옹호) — 공적 재원 배분은 비교 가능한 단위를 요구한다. 화폐 환산은 불완전하더라도 서로 다른 사업을 견줄 수 있게 하며, 측정을 거부하는 것은 책임성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입장 B (방법론적 비판) — 니콜스(Nicholls, 2009)는 사회적 성과 보고가 “우리는 좋은 일을 한다”는 자기 확인에 그치는 경향을 지적했고, 아비드슨과 라이언(Arvidson & Lyon) 등은 SROI가 대리지표 선택 · 화폐화 계수 · 귀속 처리라는 세 지점에서 자의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같은 사업에 대해 계산 주체가 다르면 값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입장 C (권력의 문제) — 측정 요구 자체가 소규모 조직에 역진적 부담을 지우며, 지표화되지 않는 성과(돌봄의 질, 관계의 회복)는 평가에서 사라지고 결국 조직 활동에서도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목표대체(goal displacement)는 조직사회학의 오래된 관찰이기도 하다.
증거의 상태 — SROI 값의 비교가능성이 낮다는 데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 따라서 국제 지침들은 절대값의 비교보다 산정 가정의 공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 민주적 성과(참여의 질)를 조작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측정하는 지표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총회 참석률은 조작이 쉽고, 의결 안건의 수정 비율 같은 대안 지표는 검증이 부족하다.
4.3 측정의 정치
측정은 기술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네 가지 현상에 유의해야 한다.
목표대체(goal displacement) 는 지표를 개선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현상이다. 인증 건수나 고용 인원을 늘리는 데 자원이 집중되고 본래 목적은 뒤로 밀린다. 측정 가능한 것만 남는 현상도 있다. 돌봄의 질이나 관계의 회복 같은 성과는 지표화되지 않아 평가에서 사라지고, 결국 조직 활동에서도 사라진다. 보고 부담의 역진성은 측정 요구가 소규모 조직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되어 결과적으로 큰 조직에 유리한 선별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화폐화의 대표성 문제로, 환산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가치는 누가 대변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실무적 원칙은 다음과 같다. 지표는 3~5개를 넘지 않게 하고, 지표와 함께 서술(narrative)을 요구하며, 정기적으로 재검토하고, 소규모 조직에는 간소화된 보고 체계를 적용한다.
4.4 통계 인프라
개별 조직의 성과를 아무리 잘 재도 국가 단위 통계가 없으면 정책은 근거를 갖지 못한다. 국제적으로 쓰이는 방식은 국민계정 체계 안에 특정 부문을 별도로 추계하는 위성계정(satellite account) 이다. 이는 다섯 단계를 거친다. ① 정의와 경계 확정, ② 사업체 식별, ③ 법인격 대응표 작성, ④ 추계와 검증, ⑤ 정기 산출 체계화다. 일회성 연구가 아니라 통계청의 정기 통계로 편입되어야 정책 근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