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누가 조합원인가
협동조합은 하나가 아니다. 누가 조합원인가에 따라 조직의 목적함수 자체가 달라진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좋은 물건을 적정 가격에 얻는 것을, 생산자협동조합은 판로 확보와 교섭력 제고를, 노동자협동조합은 좋은 일자리와 자기 통제를 목표로 한다. 이용자·노동자·지역·공공이 함께 조합원이 되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도 있으며,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협동조합의 근본적 특징은 이용자와 소유자가 같다는 점이다. 이 동일성이 제1부에서 본 정보 문제를 해결하지만, 동시에 이해 상충을 조직 내부로 끌어들인다. 금융협동조합에서 예금자는 높은 금리를, 차입자는 낮은 금리를 원하는데, 같은 사람이 두 역할을 하므로 이 갈등은 조직 내부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에는 협동조합 외에도 회원이 위험을 공동 부담하는 상호공제조합, 회원의 공동 목적을 위한 결사체, 출연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재단, 그리고 사회적 목적과 시장 활동을 결합한 사회적기업이 포함된다.
【학술 쟁점 7】 여성 대상 대출은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는가
논점 — 여성 명의의 소액대출이 가계 내 여성의 지위와 결정권을 실제로 높이는가.
입장 A (권한 강화 긍정) — 피트와 칸드커(1998)는 여성에게 대출할 때 가계 소비 증가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여성이 통제하는 자원이 자녀 교육과 영양으로 배분되는 비율이 높다는 개발경제학의 관찰과 부합한다.
입장 B (통제권 문제 제기) — 괴츠와 센 굽타(Goetz & Sen Gupta, 1996, World Development)는 방글라데시 자료를 분석해, 여성 명의로 나간 대출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남성 가구원에 의해 사용되고 있음을 보였다. 이 경우 여성은 자금의 통제권 없이 상환 책임만 지게 된다.
제3의 입장 (측정의 문제) — 카비어(Kabeer, 2001)는 “권한 강화”라는 개념 자체가 다차원적이며, 연구자가 어떤 차원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자금 통제권만 보면 부정적이고, 이동의 자유나 공적 발언 기회를 보면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증거의 상태 — 2015년 RCT들은 여성의 의사결정권에서 일부 개선을 보고했으나 그 폭은 크지 않았다. 즉 세 입장이 각각 부분적으로 지지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지표다. “여성 차입자 비율”은 목적(권한 강화)을 측정하지 못한다. 자금 사용 결정 주체, 자산 명의, 상환 자금의 출처 같은 지표로 대체해야 한다는 데는 광범위한 동의가 있으나, 이를 표준 보고 항목으로 채택한 감독기관은 아직 소수다.
2.2 소유구조가 금리를 바꾼다
제1부 3장에서 소액대출 금리의 네 원가 요소를 살펴보았다. 그 가운데 네 번째인 이윤·자본비용은 원가가 아니라 소유구조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그 논리를 완성할 수 있다.
표 11. 같은 사업을 세 가지 조직 형태로 운영할 때
항목 | 주식회사형 소액금융기관 | 비정부기구형 | 협동조합형(신협·SACCO) |
소유 | 주주(출자액 비례) | 출연자·이사회 | 조합원(이용자와 동일) |
의결권 | 1주 1표 | 이사회 중심 | 1인 1표 |
재원 | 자본·차입·예금 | 공여금·양허성 차입 | 조합원 예금이 중심 |
잉여 처리 | 배당 또는 재투자 | 전액 사업 재투자 | 적립·이용실적 배당·지역 환원 |
요구수익률 | 높음(시장 기준) | 없음(공여 조건에 종속) | 낮음(조합원 편익이 목적) |
주요 위험 | 미션 드리프트 | 공여 종료 시 지속 불가 | 지배구조 형해화, 내부자 대출 |
주주에게 배당할 필요가 없는 조직은 같은 운영비와 대손비용에서도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이 제1부의 문제에 대해 제2부가 갖고 있는 답이다.
2.3 세 개의 구조적 긴장
그러나 협동조합의 원리가 언제나 순조롭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세 가지 구조적 긴장이 존재한다.
첫째는 1인 1표와 자본조달의 긴장이다. 출자를 많이 해도 의결권이 늘지 않으므로 대규모 자본을 유치할 유인이 없다. 대응 장치로는 의결권 없는 우선출자, 조합원 채권, 연합회 차원의 자본 조달, 비분할적립금의 축적 등이 있다.
둘째는 조합원 무관심의 문제다. 총회 참석률이 낮으면 경영진이 사실상 조직을 통제하게 되어, 명목상으로는 민주주의이나 실질적으로는 경영자 지배가 된다. 대의원제의 정교한 설계, 소집단 단위의 사전 토의, 정보 공개 의무, 정관에 명시된 교육 예산 등이 대응 장치다.
셋째는 규모와 정체성의 긴장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효율은 높아지지만 민주성은 약해지고, 연합회가 관료화되며 지역 밀착성이 사라진다. 작은 단위를 유지하면서 공동 기능만 상급 조직에 위임하는 연방형 구조가 하나의 대안이다.
원칙은 선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해산 시에도 조합원에게 분배되지 않는 비분할적립금, 임원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 한도와 공시 의무를 정하는 내부자 거래 제한, 잉여의 일정 비율을 교육에 의무 배정하는 교육 예산의 정관 명시, 외부 감사와 연합회 검사, 그리고 정보 공개 같은 구체적 장치가 필요하다.
【학술 쟁점 9】 협동조합은 필연적으로 퇴화하는가
논점 — 협동조합이 성장하면 민주적 성격을 잃고 일반 기업으로 수렴하는가.
입장 A (퇴화론) — 웹 부부(Sidney & Beatrice Webb)가 20세기 초에 정식화한 고전적 명제다. 노동자협동조합은 경쟁 압력 속에서 ① 비조합원 노동자를 고용하고, ② 전문경영을 도입하며, ③ 결국 소유가 소수에 집중되어 일반 기업으로 퇴화한다는 것이다.
입장 B (퇴화–재생 순환론) — 콘포스(Cornforth, 1995) 등은 퇴화가 필연이 아니라 조건부라고 본다. 조합원 교육, 비분할적립금, 연합회 구조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있으면 퇴화 압력에 대한 재생(regeneration)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입장 C (신화 비판) — 카스미르(Kasmir, 1996)는 몬드라곤에 대한 인류학적 현장 연구를 통해, 기존 문헌이 경영진의 시각에서 협동조합을 이상화해 왔으며 현장 노동자와 경영진 사이에 실제로는 갈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몬드라곤의 이상화된 이미지가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담론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증거의 상태 — 2013년 Fagor Electrodomésticos의 파산, 해외 자회사의 다수가 협동조합이 아닌 일반 기업 형태라는 사실, 임시직 비중의 증가는 입장 A와 C를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반면 그룹 차원의 조합원 재배치가 실제로 작동해 상당수 조합원이 다른 협동조합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입장 B를 지지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 Fagor 파산이 협동조합 모델의 실패인지 유럽 가전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인지를 분리한 계량 분석은 아직 없다. 같은 시기 다수의 일반 가전기업도 도산했으므로, 모델 요인과 산업 요인의 분리는 여전히 열린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