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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

14. 비판과 논쟁

마이크로파이낸스와 사회연대경제 양쪽이 동일한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은 두 계보의 공통된 위치를 보여준다.

6.1 국가 책임의 대체재인가

가장 오래되고 강한 비판은 “자조(self-help)” 담론이 복지 축소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비판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1980년대 구조조정 이후 국가의 사회적 지출이 축소된 자리에 마이크로파이낸스와 사회연대경제가 들어왔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담론은 빈곤의 원인을 개인에게 귀속시킨다. 공공서비스를 사회연대경제 조직에 위탁하면 국가는 책임을 이전하면서 비용을 절감한다. 토지·임금·조세 같은 구조적 불평등은 건드리지 않은 채 개인의 사업 역량만 다룬다.
옹호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가 지출 축소는 정치적 결정이며 사회연대경제가 그 원인은 아니다. 사회연대경제는 국가 복지를 대체하기보다 그것이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을 담당한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협동조합 운동의 역사는 신자유주의보다 130년 앞서므로 인과를 뒤집은 서술이라는 지적이다.
실무적으로 이 비판에 대응하는 방법은 정책 문서에 보완성 원칙을 명시하는 것이다. 사회연대경제 지원이 공공서비스 예산 삭감의 대가가 아님을 예산 구조에서 보여주고, 위탁 계약에 노동조건 기준을 포함시켜 비용 절감형 외주화를 차단하는 것이다.

6.2 빈곤의 금융화

제1부 전체를 겨냥하는 비판이 “빈곤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of poverty)”다. 빈곤층의 미래 소득이 금융 계약을 통해 자산화되고, 그 수익이 국제 자본으로 이전된다는 문제 제기다. 최근에는 공적 자금으로 민간 자본을 동원하겠다는 개발금융 담론으로 논쟁이 확장되었다. 위험은 공공이 지고 수익은 민간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옹호 측은 민간 자본 없이는 규모 확대가 불가능하며, 문제는 자본 자체가 아니라 가격과 관행의 규제라고 반박한다.
이 논쟁에 대해 제2부가 갖고 있는 답은 명확하다. 앞서 본 것처럼 소유구조를 바꾸면 요구수익률이 사라지므로, 협동조합형 금융기관에서는 이 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

6.3 제도화의 역설

국가가 인정하고 지원하면 조직은 성장한다. 그런데 동시에 무언가를 잃는다. 네 가지 경로가 있다.
자원 의존의 경로에서는 예산의 다수가 정부 사업에서 나오면서 조직의 우선순위가 공모사업 일정에 맞춰지고 자체 사업이 뒤로 밀린다. 인증 요건에의 적응 경로에서는 요건 충족을 위한 형식적 조치에 자원이 소모되고 요건에 없는 활동은 축소된다. 비판 기능의 상실 경로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조직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어려워져 결사체의 옹호 기능이 사라진다. 계약국가화 경로에서는 공공서비스 위탁이 확대되면서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사실상 하청업체가 되고 가격 경쟁이 노동조건을 압박한다.
대응 장치로는 정관에 단일 재원의 비중 상한을 명시하는 재원 다각화 규정, 단년도가 아닌 다년도 지원, 지원 조건에 정책 비판 금지 조항을 두지 못하게 하는 옹호 활동 보호, 그리고 위탁 계약의 노동조건 기준 도입이 있다.

6.4 젠더와 돌봄

마이크로크레딧 차입자의 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흔히 성과로 제시된다. 그러나 “여성에게 대출한 것”과 “여성이 대출을 통제하는 것”은 다르다. 여성 명의로 빌린 자금의 실제 사용 결정권이 남성 가구원에게 있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며, 이 경우 회수 책임만 여성에게 전가되어 부담이 가중된다.
이 비판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응답은 지표를 바꾸는 것이다. “여성 차입자 비율”이라는 지표는 목적(권한 강화)을 측정하지 못한다. 자금 사용의 결정 주체, 가계 내 자산 명의, 사업 등록 명의, 상환 자금의 출처 같은 지표로 대체해야 한다.
한편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상당수는 돌봄과 사회서비스 부문에 있고 노동자의 다수가 여성이다. 사회연대경제가 돌봄을 담당하면서 저임금이 정당화될 위험 — 이른바 “사명감 착취” — 에도 유의해야 한다.

6.5 기후와 규모 확대의 딜레마

사회연대경제 논의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은 기후 관련 의제다. 주민이 소유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에너지협동조합)은 수익이 지역에 남고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으며, 탄소 산업 종사자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이 고용 흡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오스트롬의 자치관리 원리를 토지·물·디지털 자원에 적용하는 커먼즈 논의도 활발하다.
다만 여기에는 긴장이 있다. 사회연대경제를 기후 대응의 주요 수단으로 삼으려면 규모가 필요한데, 규모 확대는 정체성을 위협한다. 국제 논의에서는 이를 세 방향으로 구분한다. 같은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복제하는 수평 확산(scaling out), 정책과 법 수준으로 올리는 제도화(scaling up), 문화와 인식을 바꾸는 심화(scaling deep) 다. 세 방향은 서로 다른 전략을 요구하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