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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

13. 사회연대경제의 국내외 사례

5.1 사례를 읽는 다섯 칸

사례 연구에서 가장 흔한 오류는 성공 사례만 나열하는 것이다. 성공 사례만 보면 처방으로 직행하게 되고, 실패 사례만 보면 냉소로 끝난다. 이 보고서는 모든 사례를 다섯 칸으로 정리한다. ① 언제·어디서·누가(개요), ② 어떤 장치가 있었는가(제도 설계), ③ 무엇이 달성되었는가(성과), ④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가(한계), ⑤ 옮길 수 있는가(이전 가능성)이다. 특히 ④는 성공 사례에도 반드시 채워야 한다. 비어 있다면 아직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5.2 몬드라곤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1956년 시작된 몬드라곤은 노동자협동조합의 최대 실험으로 꼽힌다. 노동자가 곧 조합원이며, 조합 규약으로 최고·최저 임금의 격차를 제한하고, 노동인민금고(Caja Laboral)라는 그룹 내부 금융기관이 자본을 공급하며, 몬드라곤대학이 인력과 이념을 재생산한다. 부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을 다른 조합으로 재배치하는 그룹 차원의 상호부조도 작동한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2013년 그룹의 핵심 제조 협동조합이었던 Fagor Electrodomésticos가 파산했다. 해외 자회사의 다수는 협동조합이 아닌 일반 기업이며, 임시직과 비조합원 노동자의 비중도 늘고 있다. “협동조합은 망하지 않는다”는 서사는 2013년에 종료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학습 지점은 모델 요인과 산업 요인을 분리하는 것이다. Fagor 파산은 협동조합 모델의 실패인가, 유럽 가전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인가. 같은 시기 다수의 일반 가전기업도 도산했다. 다만 협동조합이었기 때문에 자본 확충이 늦었다는 점은 모델 요인이다. 두 요인을 분리하지 않으면 잘못된 교훈을 얻게 된다.

5.3 에밀리아로마냐

이탈리아는 1991년 법률 제381호를 통해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법적 형태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A형은 사회·보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으로, 이용자·노동자·자원봉사자·공공이 함께 조합원이 되는 다중이해관계자 구조를 갖는다. B형은 취약계층의 노동통합을 목적으로 하며, 전체 노동자의 30% 이상을 취약계층으로 고용해야 하고 공공조달에서 우대받는다.
이 A형·B형 구분은 “사회적기업”이라는 모호한 범주를 목적별로 분해한 최초의 입법이다. 목적이 다르면 지원 수단도 달라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화한 것이다. 소규모 협동조합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과 구매, 기술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생태계도 함께 발달했다.
한계도 있다. 공공조달 의존도가 높아 재정 긴축기에 취약하며, 지역별 편차가 커서 남부에서는 같은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5.4 그 밖의 사례

표 14. 주요 국제 사례의 비교
사례
핵심 장치
성과
한계와 교훈
퀘벡(캐나다)
중간지원조직(1996) + 사회적경제법(2013) + 연대금융
정부·시민사회·노동의 협의 구조 정착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동에 취약
아르헨티나 회복기업
2001년 위기 후 노동자가 폐업 공장 인수
고용 유지, 자주관리의 실증
법적 지위 불안정, 자본 부족
브라질 연대경제
2003년 전담 국가기구(SENAES) 설치
전국 단위 조직화와 정책 체계
2019년 폐지 후 재설치 — 정치적 취약성
인도 SEWA
여성 자영노동자 조합(1972) + SEWA Bank(1974)
비공식부문 여성의 조직화와 금융 접근
규모 확대와 제도적 인정에 오랜 시간
인도 Amul
낙농협동조합(1946) + Operation Flood(1970~)
소규모 낙농가의 집합적 교섭력
대규모화에 따른 참여 형해화 논란
브라질 사례는 특히 시사적이다. 전담 국가기구의 설치(2003) → 폐지(2019) → 재설치는 사회연대경제 정책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정권이 바뀌면 사라지는 정책은 조직에 장기 투자를 요구할 수 없다. 따라서 제도 설계 단계에서 법률적 근거, 다부처 분산, 지방정부 이양, 민간 재원 결합 등 “정권 교체에도 살아남는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1960~70년대 원주 협동조합운동에서 출발해 1980~90년대 생활협동조합 운동, 1999년 이후 자활사업, 2007년 사회적기업 인증제, 2011년 마을기업,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밟았다. 국가 주도의 제도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조직 수는 급증했으나, 시장 경쟁력과 자립도는 그만큼 개선되지 않았고 부처별 분산 구조로 지원 체계가 파편화되었다. 조직 수 증가 자체를 성과로 볼 것인지가 평가의 핵심 쟁점이다.

5.5 실패의 다섯 유형

실패 사례는 성공 사례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다섯 유형으로 분류하면 진단이 가능해진다.
① 보조금 의존형은 지원 사업 기간에는 유지되다가 종료와 함께 소멸하는 경우다. 처음부터 수익모델이 아니라 사업계획서에 맞춰 설계된 조직이다. ② 시장 경쟁력 부재형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가격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경우로, 사회적 목적이 품질 부족의 변명이 되기도 한다. ③ 인증 중심주의형은 인증 획득과 유지가 목적이 되어 형식적 운영에 자원이 소모되는 경우다. ④ 거버넌스 형해화형은 명목상 협동조합이지만 실질은 개인기업인 경우로, 총회는 형식이고 실질 의사결정은 창업자 한 사람이 한다. ⑤ 연합 실패형은 협동조합 간 협동이 작동하지 않아 개별 조합이 고립되거나 연합회가 관료화되는 경우다.
실패 사례를 진단할 때는 ④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거버넌스가 형해화된 조직은 나머지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