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대출을 받은 집단과 받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다. 그런데 이 비교는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세 가지 편의(bias)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기선택 편의는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이 애초에 사업 의지와 계획, 역량이 더 높다는 문제다. 이 차이가 성과 차이로 나타난다. 프로그램 배치 편의는 소액금융기관이 아무 데나 지점을 열지 않는다는 문제다. 시장이 있고 도로가 있는 곳을 고르므로, 지역 조건이 성과에 섞여 들어간다. 탈락 편의는 실패한 차입자가 추적 조사에서 사라진다는 문제다. 남아 있는 사람만 조사하면 성과는 자동으로 좋아 보인다.
결국 “대출받은 사람이 더 잘산다”는 관찰은 “대출이 잘살게 만들었다”를 뜻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가 대출을 받을지를 연구자가 무작위로 결정해야 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무작위통제실험(RCT)이 도입된 이유다.
4.2 여섯 개국 실험이 말한 것
2015년 1월, 『American Economic Journal: Applied Economics』는 여섯 편의 무작위통제실험을 한 호에 함께 실었다. 네 대륙, 도시와 농촌, 서로 다른 실험 설계를 사용한 연구들이었음에도 일관된 패턴이 보고되었다. 결론은 “완만하게 긍정적이지만 변혁적이지는 않다(modestly positive, not transformative)”였다.[1]
확인된 것은 사업 투자와 사업 규모의 확대, 자영업 진입 등 직업 선택의 변화, 소비 구성의 변화, 위험관리 능력의 개선, 여성의 가계 내 의사결정권의 일부 개선이었다. 명확한 피해의 증거는 대체로 발견되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빈곤율의 유의한 감소, 가계 소득과 소비의 증가, 교육 성과의 개선, 보건 성과의 개선, 그리고 “변혁적”이라 부를 만한 삶의 변화였다.
대표적 사례인 인도 하이데라바드 연구를 보면 이 결과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무작위로 선정된 52개 지역에 소액금융기관이 진입한 결과 마이크로크레딧 이용률이 8.4%포인트 증가했고, 기존 사업체의 투자와 이익은 늘었다. 그러나 가계 소비에는 유의한 증가가 없었다.[2]
이 결과는 세 단계로 읽어야 한다. 첫째, 신용은 실제로 사업에 쓰였다. 둘째, 그러나 그 이익이 가계 생활수준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셋째, 따라서 마이크로크레딧은 “빈곤 탈출 수단”이라기보다 “사업 자금조달 수단”에 가깝다. 이 구분은 정책 설계를 바꾼다. 빈곤 대책과 중소기업 금융은 서로 다른 정책 도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학술 쟁점 5】 마이크로크레딧은 빈곤을 줄였는가 — 25년의 논쟁
논점 — 마이크로크레딧이 가계의 소득·소비·빈곤에 인과적 효과를 미쳤는가.
1단계 (1998~1999) — 피트와 칸드커(Pitt & Khandker, 1998, Journal of Political Economy)는 방글라데시 1991~92년 자료에 준실험 설계를 적용해 마이크로크레딧이 가계 소비를 늘리며, 특히 여성에게 대출할 때 효과가 크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이후 20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실증 근거가 되었다. 같은 시기 모두크(Morduch, 1999)는 이 연구의 식별 가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2단계 (2013~2014) — 루드먼과 모두크(Roodman & Morduch, Journal of Development Studies, 2014)는 원자료를 이용한 재현 연구를 수행해, 이상치를 제거하거나 로버스트 추정량을 사용하면 빈곤 감소 효과가 사라진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오차의 정규성 같은 핵심 가정이 자료와 부합하지 않으며, 이 자료로는 효과를 판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피트와 칸드커는 재현 연구가 계량 방법과 소프트웨어 해석에서 오류를 범했다고 반박했고, 재반박이 이어졌다.
3단계 (2015) — 여섯 개국 무작위통제실험이 동시에 발표되어 “완만하나 변혁적이지 않은” 효과라는 공통 결론에 도달했다.
4단계 (2019) — 미거(Meager, AEJ: Applied)는 일곱 개 실험을 베이지안 계층모형으로 종합해, 가계 사업과 소비에 대한 효과가 변혁적일 가능성은 낮고 무시할 만한 수준일 수도 있다고 보고했다. 동시에 관측된 이질성의 약 60%는 실제 이질성이 아니라 표본변동이며, 사업 경험이 있는 가구에서 효과가 더 크되 그 편차 또한 크다는 점을 밝혔다.
그림 14. 마이크로크레딧 효과 논쟁의 계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 이 논쟁이 다룬 것은 대부분 2~3년의 단기 효과다. 세대 간 효과, 지역 노동시장에 대한 일반균형효과, 그리고 신용 이외의 금융서비스(저축·보험·결제)의 효과는 여전히 증거가 얇다. 또한 “효과 없음”과 “효과를 판정할 자료가 없음”은 다른 진술인데, 정책 논의에서 자주 혼동된다.
4.3 평균이 아니라 분포로
평균효과가 0에 가깝다는 것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이득과 손실이 서로 상쇄되었다는 뜻일 수 있다. 이것이 이 보고서의 두 번째 분석축인 이질성의 문제다.
예컨대 동일한 소액대출 프로그램이 기존 사업자에게는 긍정적 효과를, 신규 진입자에게는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도시 상권과 농촌, 정기 소득 가구와 불규칙 소득 가구, 무채무자와 다중채무자 사이에서도 효과는 갈린다. 평균만 보면 “효과 없음, 예산 축소”라는 결론이 나오지만, 분포를 보면 “대상을 분리한 차등 설계”라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다.
다만 효과가 큰 집단을 안다고 해서 곧바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집단을 사전에 식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에서는 관찰 가능한 범주(지역·업종·연령)로 1차 선별한 뒤, 대안정보로 위험을 평가하고, 상품 조건을 달리해 스스로 고르게 하는 자기선택 설계를 결합하는 3단 구조가 현실적이다.
4.4 증거의 한계
실증 결과를 인용할 때는 네 가지 한계를 반드시 함께 밝혀야 한다. 외적 타당성의 문제로, 하이데라바드에서 참인 것이 다른 나라에서도 참이라는 보장이 없다. 일반균형효과의 문제로, 한 사람이 상점을 열면 이웃 상점의 매출이 줄 수 있어 개별 효과의 합이 전체 효과가 아니다. 장기효과의 부재로, 대부분의 실험은 2~3년만 관찰하므로 세대 간 효과나 제도 형성 효과는 원리적으로 포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측정되지 않는 결과의 문제로, 존엄이나 자율성, 사회적 관계의 변화는 표준 설문으로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올바른 진술은 “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이런 표본에서 이런 지표로 이 기간 동안은 유의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이다.
[1] Banerjee, A., Karlan, D. & Zinman, J. (2015), “Six Randomized Evaluations of Microcredit: Introduction and Further Steps,” American Economic Journal: Applied Economics 7(1), pp. 1–21.
[2] Banerjee, A., Duflo, E., Glennerster, R. & Kinnan, C. (2015), “The Miracle of Microfinance? Evidence from a Randomized Evaluation,” AEJ: Applied 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