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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

8. 한국의 금융포용 _ 서민금융

8.1 네 개의 층

한국의 서민금융은 성격이 다른 네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합원이 소유하는 협동조합 금융(신협, 새마을금고), 국가가 재원을 대는 정책서민금융(미소금융, 햇살론), 위험을 대신 지는 공적 신용보증(지역신용보증재단), 그리고 연체 이후를 다루는 채무조정(신용회복위원회)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협동조합 금융은 마이크로파이낸스이면서 동시에 협동조합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이 보고서가 한국 사례를 별도의 장으로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한 계보에만 넣으면 그 성격의 절반을 놓치게 된다.

8.2 두 개의 뿌리

한국의 협동조합 금융에는 두 개의 뿌리가 있다. 하나는 1960년 부산에서 시작된 신용협동조합으로, 가톨릭 교회와 안티고니시 운동의 교육 방식에서 유래했다. 학습모임에서 저축조합으로, 다시 신용조합으로 나아가는 순서를 밟았다. 다른 하나는 1963년에 시작된 마을금고로, 마을 단위 상호부조 전통의 연장선에서 지역 자생 조직으로 출발했다.
두 조직은 같은 라이파이젠 계보에서 나왔으나 오늘날 감독 주체가 다르다. 신협은 금융위원회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감독한다. 이 이원 구조는 지역 밀착성을 높이는 장점과 함께, 금융 감독의 일관성 측면에서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전국 새마을금고는 1,251개, 총자산 286.7조 원, 총수신 255.3조 원이며, 연체율은 5.08%로 전년 말 6.81%에서 1.73%포인트 개선되었다. 2025년 순손실은 1조 2,6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65억 원 축소되었다.
이 수치는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드문 규모의 서민 협동조합 금융이 형성되었다는 성취의 독법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건설 관련 익스포저에서 비롯된 손실이 누적되었으며 1,251개 개별 금고의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역량 편차가 크다는 취약성의 독법이다. 두 독법은 모두 사실이며, 이 경험을 다른 나라에 전달할 때는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8.3 공적 신용보증의 재정 메커니즘

보증제도는 이 보고서에서 가장 실무적인 부분이다. 세 개의 변수만 이해하면 어느 나라의 보증제도든 진단할 수 있다.
그림 9. 공적 신용보증의 세 변수
출연금은 정부·지자체·금융기관이 내는 기본재산으로, 보증 공급의 상한을 결정한다. 대위변제율은 보증한 대출 중 기관이 대신 갚은 비율로, 재원을 잠식하는 속도를 나타낸다. 운용배수는 보증잔액을 기본재산으로 나눈 값으로, 같은 재원으로 얼마나 많이 보증했는지를 보여준다. 높을수록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취약해진다.
위기 국면에서 이 세 변수는 다음과 같이 연동된다. 위기가 오면 정부는 보증 공급을 급격히 늘리고 운용배수가 상승한다. 그러나 부실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로 1~3년 지연된 뒤 대위변제로 현실화된다. 대위변제율이 임계 수준을 넘으면 기본재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신규 보증 여력이 축소된다. 출연금을 추가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시점에 보증 공급이 줄어드는 경기순응성이 발생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보증공급의 단위비용은 대위변제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위변제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현행 재정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선제적 재원 관리가 필요하다.
【학술 쟁점 13】 새마을금고의 감독 이원화 — 지역성인가 건전성인가
논점 — 신용협동조합은 금융위원회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감독하는 현행 이원 구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입장 A (현행 유지) — 새마을금고는 금융기관이면서 동시에 지역 공동체 조직이다. 행정 계통의 감독은 지역 밀착성과 조합원 조직화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며, 금융 논리만으로 감독하면 소규모 지역 금고가 통폐합 압력을 받게 된다.
입장 B (금융감독 일원화) — 예금을 수취하고 대출을 운용하는 이상 건전성 감독의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 감독 주체가 다르면 규제 차익이 발생하고, 검사 역량과 회계 기준의 편차가 부실의 조기 발견을 지연시킨다.
사실 관계 — 2025년 말 기준 새마을금고는 1,251개 금고, 총자산 286.7조 원 규모이며 연체율은 5.08%(전년 말 6.81%), 2025년 순손실은 1조 2,658억 원이다. 규모와 손실이 동시에 큰 상태이며, 개별 금고 간 편차가 크다는 점이 논쟁의 배경이다.
국제적 함의 — 이 논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케냐의 SACCO도 협동조합 담당 부처와 별도 감독기구(SASRA) 사이의 역할 분담을 두고 유사한 논의를 거쳤다. 협동조합 금융을 도입하려는 나라라면 감독 주체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첫 번째 설계 결정이 된다.

8.4 왜 한국에서는 작동했는가

이제 1장에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자. 같은 라이파이젠 설계도가 아일랜드와 벵골에서는 실패했는데 한국에서는 작동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인가.
다섯 가지 조건을 가설로 세울 수 있으며, 각각의 이전 가능성은 다르다.
표 8. 한국 사례의 조건과 이전 가능성
조건
한국에서의 형태
이전 가능성
① 사전 조직자산
마을 단위 공동체와 계(契)의 경험이 존재했다
조건부 — 형태는 다르나 유사 조직은 대부분 존재
② 저축 우선 설계
대출이 아니라 저축부터 시작했다
가능 — 설계 선택의 문제이며 즉시 적용 가능
③ 교육·훈련 체계
조합원 교육이 조직 확산과 병행되었다
가능 — 다만 비용과 시간이 든다
④ 국가의 조직화 역량
행정이 마을 단위까지 도달했다
조건부 — 행정 침투력은 단기간에 만들 수 없다
⑤ 시기의 정치적 정당성
전후 재건과 농촌 근대화가 사회적으로 공유되었다
불가 — 역사적 국면은 재현할 수 없다
이 표가 주는 실무적 함의는 분명하다. “한국 모델을 도입하자”는 제안은 대개 ②와 ③을 뜻하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문제는 ④와 ⑤를 전제로 설계된 부분까지 함께 옮기려 할 때 발생한다. 행정 동원을 전제한 확산 전략이 그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