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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

제8장 파트너 금융기관과 계약

보증기관의 고객은 기업이 아니라 은행이다. 은행이 취급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장을 마치면
1. 파트너 선정기준을 자국 금융권 구조에 맞게 설계할 수 있다.
2. 기본협약의 필수조항 여덟 가지를 점검하고 초안할 수 있다.
3. 한도 배분 방식을 정하고 그 근거를 설명할 수 있다.

들어가며 — 누가 이 상품을 파는가

보증기관은 기업에 직접 돈을 주지 않는다. 은행이 대출하고, 보증기관은 그 대출에 보증을 붙인다. 그러므로 보증기관의 상품을 실제로 파는 것은 은행 창구 직원이다.
이 구조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창구 직원이 취급을 꺼리면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둘째, 보증기관의 계약 상대는 기업이 아니라 은행이므로, 계약 설계가 곧 제도 설계가 된다.
국제 조사에서 가장 많이 꼽힌 애로가 「시장 인지도 부족」(45%)이고, 파트너 금융기관 및 정부기관과의 조율 곤란이 15%였다. 두 가지 모두 이 장의 주제와 직결된다.

8.1 누구와 일할 것인가

[도식 8-1] 파트너 유형별 협력 비중과 선정기준 채택률
상업은행이 98%로 압도적이다. 협동조합은행 55%,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 51%로 뒤를 잇는다. 리스회사는 32%, 핀테크는 15%에 그친다.
핀테크 비중이 낮은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조사는 규제 제약과 신종 사업모형을 심사할 내부 역량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런데 제1장에서 본 거래비용 문제 — 소액대출이 원가 때문에 나가지 않는 문제 — 를 풀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바로 핀테크와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이다. 이 격차가 향후 설계의 여지를 남긴다.
[표 8-1] 파트너 유형별 특성과 유의점
유형
강점
유의점
상업은행 (98%)
규모 · 지점망 · 심사역량
대기업 중심 문화가 강하면 소액 취급을 꺼린다 · 협상력이 커 조항 관철이 어렵다
협동조합은행 (55%)
지역 밀착 · 소액 취급에 익숙
개별 조합의 재무건전성 편차가 크다 · 연합회 단위 협약이 필요할 수 있다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 (51%)
영세·비공식 부문 도달
건당 금액이 작아 개별보증이 불가능하다 · 포트폴리오 방식이 전제된다
리스회사 (32%)
설비금융에 특화
담보가 리스물건 자체이므로 보증의 필요가 상대적으로 작다
핀테크 (15%)
원가 구조가 낮고 신속
감독 인가 여부 확인 필요 · 자체 신용평가 모형의 검증이 어렵다

8.2 선정기준 — 얼마나 걸러낼 것인가

파트너 선정기준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재무건전성(67%)과 중소기업 대출 경험(65%)이다. 지역 커버리지가 44%, 교육 참여 요구가 19%다.
그런데 19%는 선정기준을 두지 않고 개방형으로 운영한다. 도달 범위를 최대화하는 대신 거래상대방 품질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감독 인가 여부를 명시적 기준으로 두는 곳은 12%에 그친다. 조사는 이를 「명시하지 않아도 실무상 전제조건이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개방형 모델의 대가
선정기준이 없으면 두 가지가 일어난다.
첫째,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관이 참여해 과도한 청구를 발생시키거나, 보증부 대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둘째, 부실을 이전하려는 유인이 큰 기관이 먼저 들어온다. 제7장의 위험이전 문제가 참여 단계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반대로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참여 기관이 두세 곳으로 줄어 협상력이 그쪽으로 넘어간다. 실무적 균형은 「최소 요건 + 차등 한도」다. 재무건전성 최소 요건만 두어 문턱을 낮추고, 실적과 품질에 따라 한도를 차등한다.

8.3 기본협약 — 여덟 개 조항

[도식 8-2] 세 개의 계약과 기본협약의 여덟 조항
보증제도에는 세 개의 계약이 있다. 은행과 기업 사이의 여신계약, 보증기관과 은행 사이의 기본협약, 그리고 보증기관과 기업 사이의 보증약정이다. 세 번째 계약이 있어야 대위변제 후 기업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제도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 두 번째, 기본협약이다. 여덟 개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표 8-2] 기본협약 필수조항 여덟 가지
조항
핵심 내용
빠졌을 때
1
적격 요건
기업 요건(규모·업력·업종), 대출 요건(용도·금액·만기), 제외 대상
창구에서 판단이 갈리고 사후 감사에서 분쟁이 생긴다
2
한도 배분
총 보증한도, 은행별 한도, 배분 방식, 재배분 조건
한 은행이 조기에 소진해 나머지가 취급할 수 없게 된다
3
자기부담 유지
보증비율 밖 부분을 제3자 이전 또는 담보로 완전 보전하는 것을 금지
실질 자기부담이 0이 되어 심사 유인이 사라진다 (제7장)
4
동일조건 적용
보증부 대출의 금리·만기가 유사 위험 무보증 대출보다 불리하지 않을 것
보증의 편익이 전부 은행에 남는다
5
청구 요건
연체 일수 기준, 회수 노력 이행, 필요 증빙
연체 즉시 청구가 들어오고 회수 노력이 사라진다
6
지급 기한
완전한 서류 접수일로부터 지급까지의 일수, 지연 시 효과
은행이 보증서를 담보로 치지 않는다
7
회수금 배분
대위변제 후 회수된 금액의 분배 비율과 시기
은행이 회수금을 자기 몫에 먼저 충당한다
8
감사 · 무효
사후 표본감사 수용 의무, 보증 무효 사유(허위·적격 위반·중대한 과실)
심사 적정성을 확인할 방법과 최후의 방어선이 없다
앞의 네 조항은 「무엇을 보증하는가」를 정하고, 뒤의 네 조항은 「어떻게 지급하고 통제하는가」를 정한다. 어느 하나가 비어 있으면 그 자리는 분쟁이 생겼을 때 협상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때는 보증기관이 약자다.
협약 협상의 실무 요령
① 조항을 처음부터 전부 넣되 일부는 적용 시점을 유예한다. 나중에 협약을 개정하려면 은행 전체와 다시 협상해야 한다.
② 은행이 가장 강하게 저항하는 것은 제3조(자기부담 유지)와 제8조(보증 무효)다. 제8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요건을 좁혀 남용 우려를 줄인다.
③ 지급 기한(제6조)은 보증기관이 양보하지 말아야 할 조항이다. 이 조항이 은행 참여의 핵심 유인이므로, 오히려 먼저 제시해 협상의 지렛대로 쓴다.
④ 협약 체결 후 은행 실무자 교육을 반드시 넣는다. 조사에서 파트너 교육을 요구하는 곳은 19%에 그치는데, 창구 직원이 조항을 모르면 협약은 종이에 불과하다.

8.4 한도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도식 8-3] 한도 배분의 세 가지 방식
균등 배분은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효율적이다. 소규모 은행은 배정받은 한도를 다 쓰지 못하고, 대형 은행은 조기에 소진해 취급을 중단한다.
실적 연동은 유인이 생기지만 선점 효과가 발생한다. 첫해 실적이 좋았던 대형 은행이 이듬해 더 많은 한도를 받고, 그 격차가 누적된다. 신규 참여 은행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진다.
실무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선착순 + 은행별 상한이다. 총액 안에서 선착순으로 배정하되 은행별 상한을 두어 독점을 막는다. 이때 상한을 「전년 실적 × 계수 + 기본한도」로 산정하면 실적 유인과 신규 진입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표 8-3] 한도 산정식 예시
구성요소
산정 방식
역할
기본한도
총한도의 5% (모든 참여 은행 동일)
신규·소규모 은행의 진입 보장
실적 연동분
전년 보증 취급액 × 1.2
실적 유인 제공
품질 조정계수
부도율이 기준 이하면 ×1.1, 초과하면 ×0.8
품질 관리 유인 (제7장 실적 연동)
은행별 상한
총한도의 30%를 초과하지 않음
특정 은행 의존 방지
미사용 한도 재배분
3분기 말 기준 사용률 50% 미만분은 회수 후 재배분
자원의 실질적 활용

8.5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핀테크와 일할 때

상업은행과 다른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건당 금액이 작다. 마이크로파이낸스 대출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단위다. 개별보증으로는 심사 원가를 감당할 수 없으므로 포트폴리오 방식이 전제된다(제9장).
둘째, 감독 지위가 다르다. 예금수취 기관이 아닌 경우 건전성 감독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 이 경우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하고, 보증기관이 직접 실사할 필요가 생긴다.
셋째, 자체 신용평가 모형에 의존한다. 특히 핀테크는 대안정보(통신·전자상거래·모바일머니 이력)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 모형을 보증기관이 검증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검증할 수 없다면 위임 수준을 낮추고 표본감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과 일해야 하는 이유
제1장 도식 1-1에서 본 위축차주 27.4%는 대개 상업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층이다. 이 층에 도달하는 것은 지점망이 아니라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과 모바일 채널이다.
그리고 제1장 1.4절의 원가 문제 — 소액대출이 팔리지 않는 진짜 이유 — 를 푸는 것도 이들이다. 원가 구조가 애초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증기관이 상업은행 98%, 핀테크 15%라는 현재 분포에 머무르면, 겨냥한다고 말한 층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사업 설계 단계에서 비은행 파트너를 명시적 목표로 넣는 편이 낫다.

핵심 정리

1.
보증기관의 계약 상대는 기업이 아니라 은행이다. 계약 설계가 곧 제도 설계다. 창구 직원이 취급을 꺼리면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2.
파트너는 상업은행 98%, 협동조합은행 55%,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 51%, 리스 32%, 핀테크 15% 순이다. 핀테크 비중이 낮은 것은 규제 제약과 심사 역량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3.
선정기준은 재무건전성 67%, 중소기업 대출 경험 65%가 주를 이룬다. 19%는 기준 없이 개방형으로 운영하는데, 도달 범위와 품질 통제를 맞바꾼 것이다.
4.
기본협약에는 여덟 개 조항이 반드시 들어간다. 앞의 넷은 무엇을 보증하는가를, 뒤의 넷은 어떻게 지급하고 통제하는가를 정한다.
5.
지급 기한 조항은 양보하지 말아야 할 조항이자 은행 참여의 핵심 유인이므로, 먼저 제시해 협상의 지렛대로 쓴다.
6.
한도 배분은 선착순 + 은행별 상한이 표준이다. 기본한도로 신규 진입을 보장하고 실적품질 계수로 유인을 만든다.
7.
위축차주에 도달하려면 비은행 파트너가 필요하다. 현재 분포에 머물면 겨냥한다고 말한 층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생각해볼 문제

1.
참여 은행이 두 곳뿐인 상황에서 협약 조항을 강화하려 한다. 은행이 「그러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2.
「보증부 대출의 금리는 무보증 대출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의 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을 세 가지 설계하라.
3.
개방형 모델(선정기준 없음)을 택한 19%의 기관은 어떤 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큰가. 그 선택이 합리적인 경우가 있는가.
4.
한도 산정식에 품질 조정계수를 넣으면 부도율이 높은 은행이 불리해진다. 그런데 그 은행이 더 어려운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조정하겠는가.
5.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협력해야 한다면 어떤 대안적 통제 장치를 쓰겠는가.
6.
핀테크가 대안정보 기반 신용평가 모형을 쓰고 있다. 보증기관이 이 모형을 검증할 역량이 없다. 협력을 포기할 것인가, 다른 방법이 있는가.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문턱을 낮출 것인가 높일 것인가

선정기준을 높이면 품질은 좋아지지만 참여 기관이 줄어 협상력이 은행 쪽으로 넘어간다. 낮추면 도달은 넓어지지만 부실 이전 유인이 큰 기관이 먼저 들어온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어느 쪽이 나은가. 시간이 지나면 기준을 조정해야 하는가.

주제 2. 교육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창구 직원 교육은 제도 성패를 좌우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든다. 조사에서 파트너 교육을 요구하는 곳은 19%에 그친다. 보증기관이 부담해야 하는가,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가. 개발협력 사업에서 이 비용을 어느 항목에 넣을 것인가.

주제 3. 비은행 파트너까지 갈 것인가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과 핀테크는 위축차주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지만, 감독 지위가 불분명하고 검증이 어렵다. 위험을 감수하고 확대할 것인가, 상업은행에 집중할 것인가. 감독당국이 반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 4. 협약을 표준화할 것인가 개별화할 것인가

모든 은행에 같은 협약을 적용하면 공평하고 관리가 쉽다. 그러나 은행마다 규모와 역량이 다르므로 위임 수준과 한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디까지 표준화하고 어디부터 개별화할 것인가.

PBL 문제해결 과제

과제 — H국 기본협약 협상
상황: H국 보증기금이 5개 은행과 기본협약을 체결하려 한다. 초안을 만들어 회람했더니 아래와 같은 수정 요구가 들어왔다.
은행 측 요구: (1) 「자기부담 유지」 조항에서 별도 담보 취득 금지 부분을 삭제해 달라. (2) 지급 기한을 「완전한 서류 접수 후 60일」에서 「90일 이내 노력한다」로 바꿔 달라. (3) 청구 요건 중 「법적 조치 개시」를 삭제하고 연체 90일만 남겨 달라. (4) 보증 무효 조항을 전면 삭제해 달라. (5) 은행별 상한 30%를 40%로 올려 달라. (6) 사후 표본감사 비율을 5%에서 1%로 낮춰 달라. 참고로 H국은 상위 2개 은행이 자산의 71%를 점유하며, 이 두 은행이 참여하지 않으면 사업이 성립하지 않는다.
요구 산출물: (1) 여섯 개 요구 각각에 대한 수용·부분수용·거부 판단과 근거, (2)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항 두 개와 그 이유, (3) 대신 내줄 수 있는 것 두 가지, (4) 협상이 결렬될 경우의 대안(BATNA), (5) 최종 협약안의 핵심 조항 문안.
분량과 형식: A4 4쪽 이내. 조를 「보증기금」과 「대형 은행 2곳」으로 나누어 30분 협상 시뮬레이션 후 합의문 작성. 평가는 합의 도달 여부가 아니라 양보 순서의 전략적 타당성으로 한다.

실습

제7장 실습에서 작성한 계약 문안 세 개를 포함해, 표 8-2의 여덟 개 조항을 갖춘 기본협약 목차와 핵심 조항 요지를 작성한다. 각 조항마다 (1) 조문 요지, (2) 은행의 예상 반론, (3) 대응 논리를 한 줄씩 적는다. 이어 표 8-3 형식으로 자국 상황에 맞는 한도 산정식을 설계한다.
핵심 개념
기본협약 master agreement  ·  한도배분 allocation  ·  개방형 모델  ·  선별형 모델  ·  파트너 교육

더 읽을거리

•
Calice, P. (2026), Global Anatomy of Credit Guarantee Schemes, World Bank, 제5절. — 파트너 유형과 선정기준의 국제 분포.
•
World Bank·FIRST Initiative (2015), Principles for Public Credit Guarantee Schemes, 원칙 9 및 원칙 — 적격 기준과 청구·지급 절차.
•
IFC, SME Banking Knowledge Guide. — 은행 관점에서 본 중소기업 금융의 실무.
•
CGAP, Guarantee Funds and Microfinance 관련 자료. —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과의 협력 사례.
•
AECM 회원기관 표준협약 사례. — 유럽 보증기관의 기본협약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