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은 은행의 심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 100% 보증은 심사하지 말라는 신호와 같다.
이 장을 마치면
1.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세 지점을 지목할 수 있다.
2. 은행의 위험이전 행태를 탐지할 지표를 만들 수 있다.
3. 위험분담 조항을 계약 문안 수준으로 초안할 수 있다.
들어가며 — 보증이 만드는 새로운 문제
제1장에서 정보비대칭은 은행과 기업 사이의 문제였다. 은행이 기업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보증제도를 만들면 정보비대칭이 하나 더 생긴다. 보증기관과 은행 사이의 문제다. 보증기관은 은행이 그 대출을 얼마나 성실히 심사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은행은 손실의 70%를 보증기관이 부담한다는 것을 안다.
이 새로운 비대칭을 다루는 것이 위험분담 설계다. 잘못 설계하면 보증제도는 은행의 부실을 정부로 이전하는 통로가 된다.
7.1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세 지점
[표 7-1] 도덕적 해이의 세 지점
지점 |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 왜 문제인가 | 탐지 지표 |
① 심사 단계 | 보증이 붙으니 심사를 대충 한다 | 애초에 갚을 수 없는 기업에 대출이 나간다 | 보증부 대출의 서류 완결성 · 심사 소요시간 비교 |
② 선별 단계 | 기존 포트폴리오의 부실 우려 차주를 보증부로 갈아태운다 | 새 대출이 아니라 위험 이전일 뿐 — 추가성이 없다 | 보증 개시 전후 3개월 신규 대출 구성 비교 |
③ 사후관리 단계 | 연체가 시작돼도 회수 노력을 하지 않는다 | 회수율이 떨어져 보증기관 손실이 커진다 | 연체 후 청구까지의 기간 · 은행별 회수율 편차 |
세 지점은 각각 다른 장치로 막는다. ①은 자기부담 비율로, ②는 적격 기준과 사후 감사로, ③은 회수 노력 요건과 회수금 배분 규칙으로 막는다.
7.2 위험분담의 세 가지 구조
[도식 7-1] 위험분담의 세 가지 구조
[표 7-2] 세 구조의 비교
구조 | 비례 분담 | 1차손실 보증 | 2차손실 보증 | ||
손실 배분 | 모든 손실을 정해진 비율로 분담 | 보증기관이 초기 손실을 먼저 흡수 | 은행이 초기 손실을 먼저 부담 | ||
은행 심사 유인 | 유지된다 | 약해진다 | 강하게 유지된다 | ||
은행 참여 유인 | 보통 | 매우 강하다 | 약하다 | ||
주로 쓰이는 곳 | 일반 보증제도의 표준 | 혼합금융 · 위기 대응 | 재보증 · 포트폴리오 거래 | ||
설계상 유의점 | 비율만 정하면 되므로 단순 | 손실 흡수 주체가 누구인지가 결정적 | 은행 유인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 ||
1차손실 구조가 정당화되는 경우
1차손실 구조는 은행의 심사 유인을 약화시킨다. 그런데도 널리 쓰이는 경우가 있다. 손실을 흡수하는 주체가 은행이 아니라 양허성 재원일 때다.
혼합금융에서 공여국 자금이 1차손실 계정에 들어가면, 그 위 구간은 여전히 상업 참여자가 부담한다. 은행 입장에서 자기부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순서만 뒤로 밀린 것이므로, 심사 유인은 유지된다.
따라서 「1차손실 = 나쁜 설계」가 아니라 「누가 1차손실을 지는가」가 판단 기준이다. 은행이 1차손실에서 면제되면 위험하고, 공여국이 1차손실을 맡되 은행은 여전히 후순위 구간을 지면 괜찮다. 제5장 도식 5-3과 제14장에서 이 구조를 다시 본다. | |||||
7.3 위험이전을 탐지하는 법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 두 번째 지점 — 은행이 기존 부실 우려 차주를 보증부로 갈아태우는 행위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보증 실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도식 7-2] 위험이전 탐지의 세 가지 방법
영국 코로나 보증의 실증
이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준 사례가 영국의 코로나 대응 보증제도다. 영국은 세 개의 제도를 운영했는데, 인출액의 100%를 보증한 Bounce Back Loan Scheme(BBLS)과 80%를 보증한 CBILS·CLBILS로 나뉜다.
실증연구는 챌린저은행(신생 디지털 은행)과 기타 대출기관의 부도 위험이 기존 은행 대비 각각 91%, 87%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한다. 연구는 이를 기존 은행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대출 부분을 보증제도로 이전할 여지가 있었다는 해석과 함께 제시한다.
영국 정부의 손실은 가정에 따라 70억~120억 파운드로 추정된다. 동시에 같은 제도가 118,639개 기업과 1,117,849개 일자리를 보호한 것으로 집계된다. 위기 대응 보증의 평가는 이 두 숫자를 함께 놓고 해야 한다.
위기 보증의 교훈
위기 시에는 속도가 최우선이므로 100% 보증과 간이 심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 영국 BBLS는 실제로 신청 후 며칠 만에 자금이 나갔다.
다만 대가가 명확하다. 심사 유인이 사라지고, 위험이전이 일어나며, 손실이 커진다. 따라서 위기 보증에는 세 가지가 반드시 붙어야 한다.
① 명시적 종료일 — 위기 국면이 끝나면 자동 종료되는 일몰 조항. ② 사후 표본감사 — 사후에라도 심사 적정성을 확인. ③ 손실 추정 공표 — 재정 부담을 처음부터 국민에게 알린다.
영국은 세 번째를 했다. 손실 추정치와 보호된 기업·일자리 수를 함께 공표해 논쟁을 사실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이 위기 보증 설계에서 배울 만한 점이다.
7.4 보증비율과 심사 유인의 관계
[도식 7-3] 보증비율이 올라갈 때 은행의 심사노력
제6장에서 본 두 임계점 가운데 위쪽 임계점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증비율이 90%를 넘으면 은행의 자기부담이 대출액의 10% 이하가 된다. 이 수준에서는 심사에 들이는 비용이 자기부담 위험보다 커지므로, 합리적인 은행은 심사를 줄인다.
국제 조사에서 90% 초과 보증비율을 쓰는 기관이 10%다. 그리고 중남미에서는 27%가 이 구간을 쓴다. 조사는 이를 「중소기업 대출을 유인하려면 더 강한 위험흡수가 필요한 시장 여건」의 반영으로 해석한다. 즉 이 지역에서는 낮은 보증비율로는 은행이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심사 유인을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 가지가 쓰인다.
•
실적 연동 — 은행별 부도율이 기준을 넘으면 다음 해 배정 한도를 줄이거나 보증비율을 낮춘다.
•
회수 의무 — 청구 요건에 「법적 조치 개시」 또는 「회수 노력 소진」을 넣어 은행이 사후관리를 하게 만든다. 국제적으로 각각 27%와 48%가 채택하고 있다.
•
사후 표본감사 — 무작위로 뽑아 심사 적정성을 검증하고, 부적정 건은 보증을 무효화한다.
7.5 계약으로 막는 법
위 장치들은 결국 은행과의 기본협약(master agreement)에 조항으로 들어가야 실효가 있다. 필수 조항은 다음과 같다.
[표 7-3] 위험분담 관련 필수 계약조항
조항 | 내용 | 없으면 벌어지는 일 | ||
자기부담 유지 의무 | 은행은 보증비율 밖 부분을 제3자에게 이전하거나 별도 담보로 완전히 보전해서는 안 된다 | 은행이 나머지 30%도 담보로 덮어 실질 자기부담이 0이 된다 | ||
동일 조건 적용 의무 | 보증부 대출의 금리·조건은 유사 위험의 무보증 대출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 | 보증의 편익이 전부 은행에 남고 차주에게 가지 않는다 | ||
기존 채무 대환 제한 | 같은 은행의 기존 대출을 보증부로 대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사전 승인 대상으로 한다 | 위험이전이 합법적으로 일어난다 | ||
회수 노력 의무 | 청구 전 회수 절차를 이행하고 그 증빙을 제출한다 | 연체 발생 즉시 청구하고 회수를 포기한다 | ||
회수금 배분 규칙 | 청구 후 회수된 금액은 보증비율에 따라 분배한다 | 은행이 회수금을 자기 몫으로 먼저 충당한다 | ||
사후 감사 수용 의무 | 보증기관의 무작위 표본감사에 응하고 자료를 제공한다 | 심사 적정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 ||
실적 연동 조항 | 은행별 부도율이 기준을 초과하면 한도 축소 또는 보증비율 인하 | 부실을 많이 낸 은행이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 ||
보증 무효 사유 | 허위 자료, 적격 요건 위반, 고의적 부실 심사 시 보증 무효 | 최후의 방어선이 없다 | ||
조항을 넣되 관계를 깨지 않는 법
위 조항을 전부 넣으면 은행이 참여를 꺼릴 수 있다. 특히 실적 연동과 보증 무효 조항은 은행에게 큰 부담이다.
실무적 절충은 단계적 적용이다. 초기 2년은 자기부담 유지·회수 노력·사후 감사 수용 세 가지만 적용하고, 실적 자료가 쌓인 뒤 실적 연동을 도입한다. 그리고 보증 무효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요건을 좁혀 남용 우려를 줄인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조항을 협약에 넣어 두되 적용 시점을 유예하는 것이다. 나중에 협약을 개정하려면 은행 전체와 다시 협상해야 한다. | ||||
핵심 정리
1.
보증제도는 새로운 정보비대칭을 만든다. 보증기관은 은행이 얼마나 성실히 심사했는지 모르고, 은행은 손실의 대부분을 보증기관이 진다는 것을 안다.
2.
도덕적 해이는 심사선별·사후관리 세 지점에서 나타난다. 각각 자기부담 비율, 적격기준과 사후감사, 회수 노력 요건으로 막는다.
3.
위험분담 구조는 비례 분담, 1차손실, 2차손실 셋이다. 「1차손실 = 나쁜 설계」가 아니라 「누가 1차손실을 지는가」가 판단 기준이다. 공여국 양허성 재원이 1차손실을 맡으면 은행 심사 유인은 유지된다.
4.
위험이전 탐지에는 세 방법이 있다. 차주 위험분포 비교, 보증 개시 전후 대출 구성 비교, 부도 발생 시점 분석이다.
5.
영국 코로나 보증에서 챌린저은행의 부도 위험은 기존 은행 대비 91% 높았다. 정부 손실은 70억~120억 파운드로 추정되며, 동시에 118,639개 기업과 1,117,849개 일자리가 보호되었다. 두 숫자를 함께 놓고 평가해야 한다.
6.
보증비율 90% 초과 구간에서는 심사 유인이 무너진다. 시장 여건상 높은 비율이 불가피하면 실적 연동회수 의무·사후 표본감사로 유인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7.
위험분담 장치는 기본협약 조항으로 들어가야 실효가 있다. 여덟 개 필수 조항을 처음부터 협약에 넣되 적용 시점을 단계적으로 두는 것이 실무적이다.
생각해볼 문제
1.
어떤 은행의 보증부 대출 부도율이 다른 은행의 두 배다. 이것만으로 그 은행이 위험이전을 하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가. 다른 설명 가능성은 무엇인가.
2.
「보증부 대출의 금리는 무보증 대출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이 실제로 지켜지는지 어떻게 확인하겠는가.
3.
위기 대응으로 100% 보증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사 유인 붕괴를 완화할 장치를 세 가지 제안하라. 각각의 실행 비용은 얼마나 되겠는가.
4.
기존 채무의 대환을 금지하면 위험이전은 막힌다. 그런데 정말 자금난에 빠진 기업이 기존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탈 기회도 사라진다. 이 상충을 어떻게 다루겠는가.
5.
사후 표본감사에서 부적정 건이 발견되었다. 보증을 무효화하면 은행이 손실을 전부 진다. 그런데 그 대출을 받은 기업은 잘못이 없다. 무효화의 효과가 누구에게 가는가.
6.
실적 연동 조항을 도입하려는데 은행들이 강하게 반대한다. 「우리는 어려운 기업을 지원했을 뿐인데 부도율이 높다고 벌을 받느냐」는 것이다. 이 반론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논의 주제
아래 주제는 3~5인 조별 토론용이다. 각 조는 결론과 함께 「반대 입장에서 나올 가장 강한 반론」을 하나씩 정리해 발표한다.
주제 1. 위험이전은 나쁜 것인가
은행이 위험한 대출을 보증제도로 넘기면 추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그 위험한 대출은 보증이 없었다면 만기 연장이 거부되어 기업이 도산했을 수도 있다. 즉 위험이전이 결과적으로 기업을 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위험이전을 무조건 막아야 하는가, 아니면 일정 범위를 명시적으로 허용해야 하는가.
주제 2. 속도와 심사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코로나 위기에서 영국은 속도를 택했고 대가를 치렀다. 만약 심사를 강화했다면 많은 기업이 지원을 받기 전에 도산했을 것이다. 위기 대응 보증에서 이 선택을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 사전에 「위기 발동 조건과 그때 적용할 설계」를 규정에 미리 넣어 두는 방식은 어떤가.
주제 3. 은행을 벌할 수 있는가
실적 연동과 보증 무효는 은행에 대한 제재 장치다. 그런데 보증기관은 은행보다 약자인 경우가 많다. 은행이 참여를 철회하면 보증기관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이 비대칭 속에서 제재 장치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가. 작동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주제 4. 보증의 편익은 누가 가져가야 하는가
실증연구는 보증의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한다. 즉 편익의 상당 부분이 은행에 남는다. 이를 문제로 볼 것인가, 은행 참여를 위해 지불하는 대가로 볼 것인가. 편익 배분을 조정할 정책 수단이 있는가. 보증료를 낮추는 것과 금리 상한을 두는 것 중 무엇이 나은가.
PBL 문제해결 과제
과제 — G국 보증기금 — 은행별 실적 분석과 대응
G국 보증기금은 5개 은행과 협약을 맺고 있다. 3년차 실적을 분석했다.
자료: 은행 A — 보증 취급액 1,200억, 부도율 3.1%, 평균 연체 후 청구까지 8개월, 보증부 차주 평균 신용등급 5.2. 은행 B — 900억, 3.4%, 7개월, 5.4. 은행 C — 1,800억, 9.8%, 2개월, 7.1. 은행 D — 600억, 2.9%, 9개월, 4.8. 은행 E — 1,500억, 8.7%, 3개월, 6.9. 참고로 각 은행의 무보증 중소기업 대출 차주 평균 신용등급은 A 5.0, B 5.3, C 5.0, D 4.9, E 5.1이다. 협약에는 자기부담 유지 의무와 회수 노력 의무만 들어 있고 실적 연동 조항은 없다.
요구 산출물: (1) 다섯 은행 중 위험이전이 의심되는 곳과 그 근거(도식 7-2의 세 방법 중 무엇을 적용했는지 명시), (2) 부도율이 높은 것이 위험이전 때문이 아닐 가능성과 이를 배제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자료, (3) 즉시 취할 조치 두 가지, (4) 협약 개정안 — 새로 넣을 조항 세 개의 문안, (5) 개정에 반대할 은행을 설득할 논리.
분량과 형식: A4 4쪽 이내. 조별 작성 후 「보증기금」 조와 「은행 C·E」 조로 나누어 협약 개정 협상 20분.
실습
표 7-3의 여덟 개 조항 가운데 세 개를 골라 실제 계약 문안 수준으로 초안한다. 각 조항마다 (1) 조문, (2) 위반 시 효과, (3) 은행의 예상 반론과 그에 대한 답변을 함께 작성한다. 작성한 문안은 제8장의 기본협약 실습에서 그대로 사용한다.
핵심 개념 | 도덕적 해이 · 역선택 · 위험이전 risk shifting · 비례분담 pari passu · 1차손실 first loss · 2차손실 second loss · 자기부담 skin in the game |
더 읽을거리
•
Cowling, M. et al., COVID-19 대출보증 관련 연구 및 UK Department for Business and Trade, COVID-19 loan guarantee schemes performance data (분기 공표). — 위기 보증의 실적과 손실 추정.
•
“Defaults on government guaranteed loans by potential high growth firms: Evidence from the COVID-19 period,” Economics Letters (2024). — 대출기관 유형별 부도 위험 격차.
•
World Bank·FIRST Initiative (2015), Principles for Public Credit Guarantee Schemes, 원칙 8 및 원칙 — 위험관리와 청구·지급 절차.
•
Honohan, P. (2010), “Partial Credit Guarantees: Principles and Practice,” Journal of Financial Stability 6(1). — 부분보증과 인센티브 정합성.
•
Calice, P. (2026), Global Anatomy of Credit Guarantee Schemes, World Bank, 제5절 및 제2.6절. — 보증비율 분포와 청구 요건의 국제 관행.



